인천 연수구 사업장, 화장실 악취에 손도 못 씻어
수돗물 없는 자활사업장…"2∼3㎞ 이동해 직접 물 떠와"
인천 한 자활근로센터 사업장에서 수도관 미설치로 20년 가까이 물 공급이 되지 않아 근로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2일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에 따르면 연수구 한 자원재활용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10여명의 자활근로자는 평소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수거해 연필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연수구가 주관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해 일자리를 얻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해 일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씩 사업장에 머물며 친환경 자원순환 작업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수도시설이 없어 간단한 손 씻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곳에는 2002년부터 가설 건축물이 설치돼 재활용사업장과 쓰레기 적환장으로 쓰이고 있으나 지금까지 수도관은 설치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간이 화장실도 일반적인 수세식이 아니어서 수돗물을 직접 물통이나 물뿌리개에 담아 변기 물로 사용하고 있다.

자활근로자들은 18.9ℓ짜리 생수통 10여개에 일일이 수돗물을 보관해 임시로 사용하다가 물이 떨어지면 2∼3㎞ 거리에 있는 연수구 청사를 찾아 다시 채우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돗물 없는 자활사업장…"2∼3㎞ 이동해 직접 물 떠와"
여름철에는 특히 간이 화장실에서 악취가 풍기는 데다가,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려도 수건으로만 닦아낼 뿐이어서 위생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이다.

이들 근로자는 지난달 말 인천시에 호소문을 보내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호소문에는 "이곳 사업장은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수도 공급 단절지역인데도 수도사업소에서는 여러 이유로 수도관을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사업장 인접 지역까지 수도관을 끌어올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연수구는 최근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 동막교 일대 약 150m 구간에 먼저 수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동막교 인근 남동공단에는 수도관이 설치돼 있어 이를 연장해 설치한 뒤 사업장까지 나머지 급수관 170m가량을 추가로 연결하는 계획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지난달 급수관 동파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전기 열선이 내장된 이중 보온수도관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급수공사를 신청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물 공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수도사업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