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찰관 "침대 위 수건·옷에 혈흔 잔뜩 묻은 상태"
'모텔 학대' 2개월 여아 119 구조 직전 사진 법정서 공개
인천 한 모텔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가 뇌출혈로 중태에 빠진 생후 2개월 여아가 119구급대에 구조되기 직전의 사진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김상우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한 A(27)씨가 생후 2개월인 딸 B양 등과 함께 지낸 모텔 사진을 공개했다.

사건 발생 당일 119구급대원이 찍은 모텔 내부 사진에는 의식을 잃은 채 침대 위에 쓰러진 B양의 모습이 담겼다.

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찍은 또 다른 사진 속에는 모텔 바닥에 노란색 이불과 옷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A씨가 B양을 던진 나무 탁자 위에도 젖병 등 육아용품이 쌓여 있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40)은 "모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배달을 시킨 것 같은 일회용 도시락이 2∼3개가량 쌓여 있고 TV 밑에는 육아 관련 짐이 어질러져 있었다"며 "유모차 옆에 놓인 종량제 비닐봉지에는 쓰레기가 반 정도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물과 방향제 냄새에 모텔 특유의 냄새까지 섞여서 났다"며 "침대 위에 있던 수건과 옷에도 잔뜩 혈흔이 묻은 상태였다"고 기억했다.

'모텔 학대' 2개월 여아 119 구조 직전 사진 법정서 공개
이날 변호인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A씨의 지인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재판부는 다음 달에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A씨는 올해 4월 12일 오후 11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 객실에서 딸 B양 몸을 손으로 잡고 강하게 흔든 뒤 나무 탁자에 집어 던져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같은 달 6일부터 12일까지 해당 모텔 객실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먹다 남은 음식물이 썩을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 둬 B양과 생후 18개월인 첫째 아들을 방임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잠을 자지 않던 딸이 계속 보채며 울고 첫째 아들마저 잠에서 깨 함께 울자 화가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양은 뇌출혈과 함께 폐에 멍이나 출혈이 보이는 '폐좌상' 증상도 보였다.

당일 모텔 객실에 없었던 A씨의 아내(22)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다가 사건 발생 엿새 전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상태였고 올해 4월 26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A씨는 법정에서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방임 등 혐의는 부인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전전한 A씨 부부는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고 올해 2월 한 모텔에서 B양을 출산했다.

심정지 상태로 인천 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B양은 이후 의식을 되찾았지만 계속 치료를 받고 있고 사건 발생 후 혼자 남게 된 그의 오빠는 인천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