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매수 청구의사 표시만으로 매매계약 성립 볼 수 없어"
휴짓조각 된 더파크 정상화 협약서…법원, 부산시 손들어줘
부산 유일의 동물원인 삼정더파크 측이 부산시를 상대로 청구한 500억원대 매매대금 지급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2012년 9월 당사자간에 맺은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관심이 쏠린다.

삼정기업 측은 이 협약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3일 삼정 측이 부산시와 맺은 협약서에는 '책임준공 후 3년 이내에 매수요청을 할 경우 더파크의 재산을 부산시가 매수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매수 금액은 감정평가액이 500억원 이상이면 500억원으로, 500억원 미만이면 감정평가액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매수조건에 대상 부지에 사권(私權)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협약서에 이어 2013년 3월 31일 삼정 측은 이 협약서 내용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부산시로부터 매입확약서까지 받아뒀다.

2014년 4월 삼정더파크가 개장했지만 적자는 계속됐고, 결국 지난해 4월 폐업했다.

삼정 측은 과거 맺은 협약을 근거로 부산시에 동물원을 사들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매입 대상 부지에 민간인 땅 등 사권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삼정 측은 지난해 6월 시를 상대로 매매대금 504억원(운영비 일부 포함)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고인 삼정기업과 케이비부동산신탁은 재판에서 "협약에 따라 매수 청구 의사표시를 담은 공문이 피고(부산시)에게 도달한 즉시 매매대금이 500억원인 매매계약이 성립됐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대금 50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휴짓조각 된 더파크 정상화 협약서…법원, 부산시 손들어줘
하지만 법원은 15일 재판에서 부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협약에서 원고에게 부여된 매수청구권은 피고(부산시)의 승낙을 기다리지 않고 본계약인 매매계약을 성립시키는 예약완결권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매수청구 의사표시는 본계약인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청약이고, 부산시는 승낙을 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일 뿐"이라며 "원고의 매수청구 의사표시 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1심 재판의 결과이긴 하지만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가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동물원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삼정 측은 판결문을 받아 본 뒤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부산시는 1심 판결후 입장문을 내 "2012년 협약서 체결 당시부터 여러 시민단체와 언론의 질타를 받아오던 동물원 관련 500억원 재정적 부담을 덜어내게 됐다"며 "이번 판결이 새로운 동물원으로 거듭나는 첫 단추를 끼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원고 측의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원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힐링의 명소로 재탄생 될 수 있도록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