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원료난 해결 '일석이조'…스펀지 활용 기술은 오염물 처리 "스위스 군용칼"
오염된 물에서 부영양화 유발 인산염 걸러내 비료로 재활용
인산염(phosphate)은 농작물 재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비료이지만 하천과 호수로 흘러들어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수질 악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인산질 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오염된 물에서 인산염을 분리해 다시 비료로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 기술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재료공학 교수 비나약 드라비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염된 물에서 인산염만 걸러내 인산질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산염 이온만 99%까지 선택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스펀지처럼 생긴 다공성의 유연한 막(膜)을 개발했다.

'인산염 제거 및 회수 경량(PEARL) 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막은 인산염을 잡아두는 나노 구조로 코팅돼 있으며 수소이온 농도(pH)를 조절해 오염된 물에서 인산염을 걸러낸 뒤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발표됐다.

PEARL은 Phosphate Elimination and Recovery Lightweight의 첫 문자에서 따온 것으로 영어로는 '진주'라는 뜻을 담고있다.

현재의 인산염 제거 방식은 길고, 복잡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지만 인산염을 제거만 할 뿐 회수해 재활용하지 못하고 많은 양의 폐기물을 만든다.

PEARL 막은 한 단계로 된 단순 처리 과정을 통해 인산염을 추출, 회수해 비료로 다시 쓸수 있게 해주고,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오염된 물에서 부영양화 유발 인산염 걸러내 비료로 재활용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스테파니 리벳은 "예전에는 인산염을 많이 재활용했지만 지금은 인광석에서 추출해 비료로 쓰고 하천으로 그대로 흘려버려 수질 오염과 함께 지속 가능성과 재활용 문제를 유발해 왔다"면서 수질 오염과 비료 원료 확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 방식의 활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성공한 기술이 규모를 키우고 현실에 적용했을 때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시카고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활용해 시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밀리그램에서 몇 킬로그램에 걸쳐 효과를 입증해 규모를 키웠을 때도 유망하다는 점을 시사해 줬다고 밝혔다.

드라비드 박사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기름으로 오염된 물에서 기름만 선택적으로 걸러낼 수 있게 개발한 '친유소수(親油疏水) 다기능'(OHM) 스펀지를 인산염 제거 및 회수에도 활용했다.

이 스펀지는 막의 나노물질 코팅을 조정함으로써 중금속을 비롯한 다른 오염 물질도 제거할 수 있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와 같은 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스펀지의 막을 오염 물질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염 물질 처리에서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것을 개발한 것과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