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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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호동에 사는 윤모씨(38)는 이달 초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도 신혼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를 사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지만 업체가 공사를 부실하게 한 데다 공사 기한도 맞추지 못해서다. 졸지에 ‘호텔 난민’으로 전락한 윤씨는 “혹시나 악의적으로 날림 공사를 할까봐 업체에 제대로 항의도 못했다”며 “이미 공사 대금의 70% 이상을 지급한 상황이라 손쓸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홈 인테리어 시장이 특수를 맞으면서 부실시공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용하는 자재가 달라지거나, 공사 중 추가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도 계약서에 적시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테리어 피해 3년 만에 14.8% 증가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인테리어 업자 횡포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주택 인테리어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412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359건)과 비교해 14.8%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두 달간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98건에 달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이후 욕실과 발코니에서 누수가 발생하거나, 장판이나 벽지 등이 제대로 붙지 않아 우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 당시 약속했던 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공사 기한을 지키지 않는 등의 계약불이행 사례 접수도 이어지고 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부대비용 명목으로 과도하게 추가금을 요구하는 일도 홈 인테리어를 해본 이들 사이에선 흔한 경험이다.

임현옥 한국소비자원 부장은 “인테리어 피해의 가장 근본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며 “인테리어는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전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이 2019년 28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새집 구입 대신 노후 주택을 수리해 살겠다는 이들이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건설업 등록 업체 택해야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우선 업체를 제대로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500만원 이상의 대규모 공사를 할 경우 ‘전문건설업’으로 등록한 업체를 택해야 계약불이행이나 하자 발생 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인테리어 업체의 전문건설업 등록 여부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00만원 이하 공사는 업력과 지역 내 평판 등을 기준으로 업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계약서도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의 브랜드와 명칭, 규격 등을 계약서에 기록으로 남겨야 계약서 내용과 달리 저가 자재를 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공사 일정과 기한을 넘길 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는 게 좋다. 추후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하자 보수 기간도 항목별로 나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공사비 지급 방법과 지연보상금, 하자 보수 등의 내용을 담은 ‘실내건축·창호공사 표준계약서’를 참고해 계약서를 작성하면 부실시공과 계약불이행 등의 피해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