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액트'·'돈 가방을 든 수녀' 현실판…40대 女사기범, 수녀로 위장 2년간 도피
영화 ‘시스터 액트’(1993년 개봉)를 따라 한 듯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기죄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40대 여성이 수녀로 위장, 수사망을 피해오다 2년 만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47세인 이 여성은 2017년 말 이탈리아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돼 궐석 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었다. 법원은 당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나, 이 여성은 이미 시칠리아섬을 떠나 잠적한 상태였다.

그녀는 이후 수녀로 위장해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 지역 수녀원에 숨어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수녀원에 전화를 걸어 “위중한 지병을 앓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수녀원에서의 생활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여러 수녀원을 옮겨 다니다 수녀원장으로까지 소개하는 등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여성과 함께 생활한 수녀들도 “아주 상냥하고 친절했다”고 떠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의 수녀 행세는 결국 지난주 롬바르디아의 한 베네딕트회 수녀원에서 발각됐다. 한 수녀가 이 여성의 신원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그녀가 분실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서 경찰서로 데려가 추궁했고 결국 징역형을 받은 도피자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여성은 기존의 사기죄에 도주와 허위 신분증 소지죄 등이 추가돼 더 큰 형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가디언은 이 사건을 소개하며 "1990년대 개봉한 영화 '돈 가방을 든 수녀'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우피 골드버그(들로리스 역)가 주역으로 활약한 영화 시스터 액트에서도 수녀로 위장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카지노에서 삼류 가수로 일하던 주인공 들로리스는 우연히 암흑가의 거물이 저지른 범죄 현장을 목격한다. 목격자란 이유로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경찰 측에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한 뒤 외부와 단절된 수녀원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 수녀로 위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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