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 前행장 조만간 기소…배임 들여다볼지 신중 검토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강만수(71·구속) 전 산업은행장이 정준양(68) 전 포스코 회장에게도 직접 지인 회사에 투자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업계와 사정 당국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2010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정 전 회장과 만나 지인 김모(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를 권유했다.

강 전 행장은 정 전 회장의 요청으로 골프를 함께 치고 나서 식사를 하는 와중에 바이올시스템즈가유망한 회사라고 소개하면서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당시 배석했던 포스코 관계자 소환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포스코의 투자 계열사인 포스텍기술투자는 신수종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바이올시스템즈에 15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경제지 기자 출신인 김씨는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면서 당시 장관이었던 강 전 행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강 전 장관의 '청탁'이 강요나 직권남용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 측은 "강 전 행장이 정준양 전 회장과 골프를 치면서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투자를 강요한 적 없고, 포스코 측에서 투자한 사실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실제 투자가 이뤄졌는지 확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2009년 바이올시스템즈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70억원을 지원받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1일 강 전 행장을 구속했다.

이 업체는 강 전 행장의 도움으로 바이오에탄올 상용화 계획과 능력이 없으면서도 2012년 2월∼2013년 11월 대우조선해양에서도 44억원을 투자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2011년 5월 관세청과 분쟁을 겪는 주류 수입판매업체 D사 관계자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 로비 대가로 3억2천500만원을 수수한 배경에도 강 전 행장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행장의 영향력으로 이 업체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받은 특혜는 총 117억원에 이른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는 등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린다.

이 때문에 그가 직권을 남용해 지인 업체의 사익 챙기기에 무차별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강 전 행장을 기소하는 한편 정 전 회장의 배임 혐의도 들여다볼지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