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판매업 하다 발찌 부착 후 '줄송사'…6월에 포기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경찰관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범인 성병대(46)는 9년 6개월 복역한 뒤 출소해 사회생활을 하던 도중 갑자기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되자 부당하다며 송사를 제기하는 등 항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출소 1년 4개월여만에 전자발찌를 차고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게 됐다.

이는 발찌 법안 시행 전 판결이 선고된 범죄자에게 부착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원이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성병대는 이런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따르면 성병대는 2000년 이후 2번의 성폭행 범죄와 교도관 상해 혐의로9년 6개월을 복역한 후 2012년 9월 12일 만기 출소했다.

이후 법원의 결정으로 2014년 1월 20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됐다.

출소 1년 4개월여가 지나 발찌를 착용한 과정에는 전자발찌 부착을 둘러싼 위헌 논란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작용했다.

당시 헌재는 이미 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출소한 자에게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리는 것이 '형벌불소급 원칙'에 어긋나는 것인지를 심사 중이었다.

검찰은 성씨가 출소하기 전인 2012년 2월에 이미 성씨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는 '전자발찌법' 부칙에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출소예정자에게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했다.

헌재는 2012년 12월 27일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전통적 의미의 형벌이 아니고 성범죄 방지와 국민 보호라는 공익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형벌 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성씨가 출소한 후 1년 4개월이 지난 2014년 1월 20일 5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성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고, 재항고라는 불복 절차를 밟았다.

또 부착명령 결정 과정에서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청했지만 거절되자 더욱 불만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기존 성범죄는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며 피해자나 경찰관 등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의 그릇된 주장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성씨가 법원의 부착명령에 불복해 낸 항고와 관련해 올해 4월 대구고법은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다만 1심이 국선변호를 선임해야 할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바로 부착명령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발찌 부착 기간은 당초 5년으로 결정됐지만 이는 길어 보인다며 3년으로 줄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법은 "성씨가 성폭력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한 수용생활 중에도 추가 범죄를 저지른 점에 비춰보면 법질서 준수의 의지 및 개선 노력이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성범죄 피해자를 합의금을 노린 꽃뱀으로 매도해 비난하고, 경찰이 검거실적을 올리기 위해 다른 피해자를 부추기는 바람에 고소가 이뤄졌다며 경찰을 탓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어 또 다시 여성에 대해 성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고법은 지적했다.

'한국형 성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에서도 그는 재범 위험성이 중간 또는 높은 수준으로 나왔지만 성씨는 이 자료도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법은 "평가 결과 내용이 허위라거나 조작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고법은 "성씨가 출소한 이후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저술한 서적을 출판함과 아울러 세발자전거 판매, 떡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등을 감안해 부착기간 5년은 다소 길어 부당하다고 보인다"며 부착 기간을 3년으로 고쳤다.

그러나 성씨는 이 결정에도 불만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부착명령 취소결정이 나오지 않자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하지만, 6월 재항고를 돌연 취하하면서 3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확정됐다.

결국 성병대는 전자발찌 부착 종료시점인 2017년 1월을 석달여 앞둔 상태에서 이번에 무고한 시민을 해치고 경찰관을 상대로 총격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