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아이들에게 헌신하길"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딸을 살해한 20대 여성에게 법이 정한 최저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부(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29·여)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영아를 운다는 이유로 폭행해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발생시킨 사건은 선처하기 어려운 중대 범죄"라며 "아이가 숨진 직후 부검에 반대하며 질식사를 주장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등 죄질도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씨에게는 숨진 아이 외에도 생후 16개월 남짓한 2명의 아이가 있고, 이 아이들은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보호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행동을 참회한 뒤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두 아이에게 헌신하기 바란다"고 법정 최저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하늘이 주신 귀한 손님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아이를 낳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양육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고 보호 의무를 감당하도록 상당 시간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월 홍성군 은하면 자신의 집에서 생후 9개월 된 세쌍둥이 가운데 둘째가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재질(665g)의 공을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사건 발생 직전까지 아이들을 주먹이나 파리채 등으로 때리고 발로 옆구리를 걷어차는 등 10여 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 당시 이씨는 "아이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 구급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아이는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119 구급대는 아이 얼굴에 긁힌 상처와 타박상이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 초기 폭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외력에 의한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