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등 대책은 지난해 재탕…외주화 전면 폐지도 불가능
'노후 지하철 교체 계획·대규모 적자' 등으로 운신폭 좁아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해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놀라고 분노한 시민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진정성 있는 방안을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단 대시민 사과를 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반 박자 늦었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박 시장은 "유족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반성하며 안전 앞에 관행은 없다고 다시 다짐한다고 자신의 SNS에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박 시장은 후속 상황을 챙기기 위해 곧 선수교체를 했다.

2일 자로 첫 문책 인사를 단행하고 도시교통본부장에 윤준병 은평 부구청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윤 본부장은 2012∼2013년 도시교통본부장을 지내며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 등을 잘 추진해 박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추진력 있는 리더십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서울메트로 기강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 대책으로 일단 자회사 설립안 등을 내놨다.

그러나 대부분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발표한 내용이다 보니 새로운 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스크린도어 정비 용역을 맡은 2개 회사 중 1개 회사에만 해당하는 것이라 반쪽짜리이기도 하다.

용역업체 중 하나인 유진메트로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대신 광고를 유치하는 사업 모델로 최장 22년간 계약을 맺은 탓이다.

계약이 끝나려면 아직 십수 년 남았다.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크린도어 정비 부분만이 아니라 안전 관련 외주 전반과 서울메트로 조직 전반에 관한 쇄신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메트로·서울도철 통합이 무산된 이래 새로운 개혁 계획을 마련하던 시기에 사고가 불거졌다.

마침 대표도 공석이다.

일각에서는 전임 이정원 사장을 포함해 서울메트로 사장이 연달아 4번째 임기 중에 물러나며 조직이 많이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서울메트로 후임 사장으로는 전문성 있으면서 약 9천명 대규모 조직을 확실히 이끌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시의회 등 외부와 관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지하철 기술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 오면 내부에서 영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메트로 안팍의 지적이다.

문제는 사고 직전인 지난달 24일 자로 대표가 공석이 돼 후속 공모절차 등을 밟다 보면 8월은 돼야 서울메트로를 책임지고 끌어갈 수장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의 조직 분위기를 잡는다고 해도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남는다.

노후 전동차 교체 비용과 무임수송 비용에 짓눌리고 공기업 경영 효율화에 등 떼밀린 상태에서는 무작정 인원을 늘리거나 비용을 쓰기도 어렵다.

서울메트로는 노후 전동차 교체 등 안전시설을 재구축하는 데 2019년까지 4년간 약 1조 5천85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무임수송 등으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가 쌓이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적자는 매년 3천억∼4천억원에 달한다.

양 공사의 부채 규모는 4조 6천억원대다.

사고가 난 구의역도 역무원 3명이 취객 등 민원인 대응과 서류 작업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도어 외에도 최근에 대폭 늘린 지하철역 출구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등도 내구연한이 끝나가며 정비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는 "사실 민원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이른 시일 안에 장애를 해결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때문에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직영을 한다고 해도 사고를 당할 위험에 노출된다"고 털어놨다.

당장 3일 서울시의회는 서울메트로 긴급 업무보고에서 이번 사태를 따질 예정이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구의역 사고 사망자가 소속된 정비 용역업체 은성PSD 사장과 유진메트로컴 사장,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공무원과 서울메트로 임직원 등이 참석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은성PSD 뿐 아니라 지난해 강남역 사고와 관련된 유진메트로컴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박진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3)은 유진메트로컴이 2006년과 2007년 서울메트로와 맺은 계약을 확인한 결과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는 특혜성 계약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1·2차 사업에 대한 회계검증 용역 결과 유진메트로컴 회계보고서에는 1차 사업에서만 당초 수익률 9.14% 대비 176%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