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103개국 3천개 도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데이터베이스 정리
서구 부자나라일수록 공기질 깨끗한 반면 가난한 나라는 '심각'
초미세먼지 최악 30곳 중 인도 도시가 16곳…중국 도시도 5곳

공기질을 측정하는 전 세계 도시 지역에 사는 인구의 5분의 4 이상이 국제 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중동과 동남아시아가, 소득기준별로는 가난한 나라들이 심각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현지시간)자로 업데이트한 2016년 대기오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103개국, 3천여 개 도시에서 측정한 연평균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분석, 정리한 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도시 지역의 공기질은 평균 8% 악화됐다.

WHO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과 아메리카, 서태평양 지역의 고소득 국가가 낮은 대기오염 수치를 기록한 반면 중동, 동남아시아의 중·저소득 국가와 서태평양의 저소득 국가는 WHO 기준치의 5∼10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 서태평양 저소득 지역 도시 3분의 2 이상의 공기질이 5% 이상 악화했다.

중·저소득 국가의 도시 98%가 WHO 기준치에 미달했으나,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56%로 뚝 떨어졌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중동 고소득 지역이 평균 235㎍/㎥으로 가장 높았고 중동 중·저소득 지역(158㎍/㎥), 동남아(123㎍/㎥), 아프리카(119㎍/㎥), 서태평양 중·저소득 지역(104㎍/㎥), 유럽 중·저소득 지역(55㎍/㎥), 아메리카 중·저소득 지역(44㎍/㎥), 서태평양 고소득 지역(한국 포함·40㎍/㎥), 아메리카 고소득 지역(31㎍/㎥), 유럽 고소득 지역(2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체 평균은 85㎍/㎥였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30개 도시 중 절반 이상인 16곳이 인도 도시였고, 중국도 5개 도시를 '톱 30'에 올렸다.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30개 도시 순위에서도 인도 도시가 8곳이나 올랐고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도 각각 2개 도시를 진입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공기질 측정장치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번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나이지리아 동부의 항구도시 오니차가 무려 594㎍/㎥의 미세먼지 농도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마리아 네이라 WHO 공중보건국장은 "우리는 지금 많은 국가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며 "도시 대기오염이 두려운 수준으로 올라가 인류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플라비아 부스트레오 WHO 사무차장은 "도시 공기질 저하로 뇌졸중, 심장병, 폐암, 급성 호흡기 질환 등의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먼지가 우리 도시를 덮을 때 가장 취약한 주민들은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가난한 계층"이라고 우려했다.

WHO 분석결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 평균 300만 명 이상으로 말라리아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보다도 많다.

심지어 대기오염 사망자는 도시인구와 자동차 이용 증가로 오는 2050년에는 그 수가 두 배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이 공장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대형 경유차를 제한하는 등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WHO는 평가했다.

한편,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도시는 북극권에 위치한 핀란드 무오니오로 평균 초미세먼지 2㎍/㎥, 미세먼지 4㎍/㎥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가 WHO에 제출한 2014년 자료를 기준으로 경기도가 초미세먼지(28㎍/㎥,)와 미세먼지(54㎍/㎥) 모두 국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WHO 권고기준은 연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가 10㎍/㎥, 미세먼지가 20㎍/㎥이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