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옥시 피해자의 눈물, 잊지 말아야
#1.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신 전 대표가 “유해성을 몰랐다”는 말을 남기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자 취재진에 밀려나 있던 피해자 유가족들의 모습이 비로소 보였다. 그들은 신 전 대표가 사라지자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했다. 눈앞에서 펼쳐진 비극적인 상황에 기자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오열하는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을 그만 찍자는 목소리도 들렸다.

#2.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검 410호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특별수사팀장인 이철희 부장검사와 피해자들의 면담이 있었다. 수사를 지휘하는 부장검사로서 유가족에게 수사 상황을 알리고 피해자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딸을 잃고, 남은 아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부장검사도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함께 펑펑 울었다.

#3. 지난 2일 옥시레킷벤키저의 기자회견장에서도 눈물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너무 늦었다. 아이를 다시 살려낼 수 없지 않으냐”는 유가족의 오열에 안경을 들고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나도 세 아이의 아버지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를 잃은 피해자들의 눈물에 기자도, 검사도, 최고경영자(CEO)도 모두 눈물을 보였다. 공감의 눈물은 분명 긍정적이다. 문제는 그 눈물이 적어도 유가족들에게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유가족들의 절규대로 피해자들을 다시 되살릴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눈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하기까지 옥시는 그 어떤 정부 인증과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었다. 14명의 사망자를 낸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는 그런 옥시 제품의 성분 표기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모아 독이 든 제품을 제조했다. 지금도 어떤 독성 물질이 우리 근처를 떠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라도 이 같은 비극적인 눈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박한신 법조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