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사건'이 첫 사례…"고의성 입증 관건"

가정내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학대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건 사안별로 엇갈리고 있다.

사법 당국은 학대 방법, 도구, 기간 등 범행의 행태로 '고의성'을 판단, 살인죄 적용 여부를 가린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 부모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첫 사례는 2013년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울산 계모 사건'이다.

'울산 계모' 박모(41)씨는 2013년 10월 "친구들과 소풍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모(7)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했다가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양은 계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계모 박씨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이 아닌 손과 발로 폭행한 점을 들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는 "뼈와 근육 등 신체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

피고인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피해자의 몸통 부위는 심장과 폐 등 인체 중요 장기가 모인 곳으로, 이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치명적이었음을 넉넉히 알 수 있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박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을 확정받았다.

'울산 계모 사건' 이후 사법당국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 부모에게 살인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14년 11월엔 2살 입양 딸을 옷걸이용 행거 지지대로 때려 숨지게 한 양모 A(48)씨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올 초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학대사망사건'의 가해 부모도 살인죄가 적용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속적인 폭행과 굶김으로 극도의 배고픔과 탈진 상태인 아들의 치료를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이들 부부에게 있다고 봤다.

이처럼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으로 폭력 등 학대를 가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 하에 학대한 부모들은 모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있다.

반면, 고의성을 증명할 수 없다면 학대 사망사건이라도 살인죄를 물을 수 없다.

제2의 울산 계모 사건으로 불린 칠곡 계모 사건은 학대 방법은 아동의 복부 부위를 때렸다는 면에서 비슷했으나, 폭행 정도와 지속 기간에서 차이를 보여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계모 임모(35)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모 임씨가 여러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범행 당일 낮에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걸쳐 아동의 배를 밟았고, 다시 몇시간이 흐른 뒤 주먹으로 배를 때린 것으로 확인돼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학생 딸을 학대하고 시신을 방치한 부천 목사부부도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회초리나 빗자루 등 크게 위험하지 않은 도구로 손바닥이나 종아리 등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주로 때린 점과 체벌이 중단된 후 딸이 자는 도중에 숨진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평택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