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전액 삭감돼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25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을 찾아 누리과정 예산 책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전액 삭감돼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25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을 찾아 누리과정 예산 책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주·경기 등 교사 급여 지급 못해, '보육대란' 갈수록 악화
어린이집은 다소 여유…누리과정 예산 지원 지자체 확산


"오늘이 월급날인데 통장에 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25일은 전국 대부분 사립유치원의 월급날이다.

그러나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경기도 등 일부 지역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결국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인한 보육대란이 '교사임금 체불'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 월급날 경기·광주 등 사립유치원 교사 급여 미지급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A사립유치원 교사 이모(45·여)씨는 급여가 들어오지 않은 월급 통장만 만지작거렸다.

이씨는 "아픈 부모님을 봉양하거나 맞벌이하며 가장 역할을 하는 교사, 결혼 준비를 하느라 한 푼이 아쉬운 교사들이 월급 미지급으로 동요하고 있다"며 "보통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월급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일을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애타는 속내를 드러냈다.

경기지역 사립유치원은 지난해 말 기준 1천71곳으로, 1만213명의 교원이 근무한다.

대부분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 예산으로 전체 운영비의 70%에 달하는 인건비를 충당해 왔다.

하지만 이날까지 도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각 유치원으로 예산이 지급되지 못했다.

역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은 광주광역시 관내 사립유치원 교사들도 이날 월급을 받지 못했다.

광주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 150여명은 이날 오전 시교육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남지역 사립유치원 일부도 이날 교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전남교육청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부산, 대구, 경북, 울산 등 다른 지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일부나마 편성돼 이달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관계자과 종사자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송기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 수석부회장은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에 대한 공문 한장 보내지 않고, 어떻게든 월급을 지급하려는 사립유치원들의 차입마저 금지하고 있다"며 "오늘 오후 회의를 열어 학부모 부담금을 활용해 월급을 일부라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사립유치원의 차입은 불가하다"며 "사립유치원들의 열악한 사정을 감안해 교사 1인당 51만원의 처우개선비를 각 교육지원청으로 내려 보냈다"고 설명했다.

◇ 경기 등 뒤늦게 대책 마련…사립유치원 반응 '시큰둥'

사태가 악화하자 경기도와 서울시, 광주교육청 등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에 불과해 앞으로 보육대란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도 전액 삭감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 예산안에 편성, 광주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시의회가 앞서 22일 '2개월치 118억원을 긴급 추경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시교육청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교원 5천481명에 대한 처우개선비 두 달치(교사 1인당 월 51만원씩 102만원)를 27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처우개선비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이 매달 17일 각 교사의 개인 통장으로 직접 입금하는 돈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처우개선비는 누리과정 지원금과는 완전히 별개여서 도움이 안 된다"며 "더구나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돈을 받은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간 위화감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린이집은 일단 정상 운영…문제는 내달부터

어린이집은 사정이 조금 낫다.

유치원과 달리 학부모가 매월 15일께 아이행복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하면, 다음 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에 보육비가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월분 보육료가 정산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 여유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린이집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지자체가 늘어 현장의 혼란은 유치원보다 덜한 편이다.

경기도는 두 달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혀 31개 시·군이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의 예산 집행이 늦어지자 수원시는 시 예산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선집행하기도 했다.

강원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중 1∼2월분 운영비를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인천시 역시 340억원 규모의 1·4분기 재원조정교부금을 당초 일정보다 두 달 앞당겨 10개 군·구에 지급,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급한 불을 끄도록 했다.

경남도는 도교육청에서 1∼2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나머지 예산 1천444억원을 자체적으로 지원키로 한 상태다.

다른 시·도 어린이집들도 아직 별다른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

임진숙 충북어린이집연합회장은 "카드사의 보육료 대납과 충북도의 운영비 예산 선집행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비가 차질 없이 입금됐다"고 전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 서울, 광주, 전남은 당초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모두를 편성하지 않았거나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고, 세종과 전북, 강원은 어린이집 관련 예산만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강종구 이종민 형민우 임보연 박정헌 심규석 김준호 최영수 한무선 김용민 김근주 이윤영 강영훈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