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이혼과 재혼…상속 딜레마
중장년층의 이혼과 재혼이 최근 잦아지면서 상속 매듭도 복잡하게 꼬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20년 이상 한이불을 덮고 자던 부부였다. 중장년의 이혼 및 재혼은 가족 해체와 재구성을 겪으며 재산분할과 상속 문제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현실에서 이혼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자녀들의 양육비 등이 얽혀 있는 ‘돈의 전쟁’이기도 하다. 우선 이혼하면 재산분할과 위자료 문제로 신경전을 펼친다. 재산분할은 혼인 뒤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취득한 공동재산을 이혼하는 사람이 당초 취득한 시기부터 자기 지분인 재산을 받는 것을 말한다. 결혼 기간이 길수록 금액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을 인정해 부부가 공동재산을 절반씩 나눠 갖는 법원 판결이 많아졌다.

재산보다 빚이 더 많으면 빚을 분담하는 재산분할이 이뤄진다. 부부 중 어느 일방이 개인적으로 부담한 채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특유재산이다. 결혼 전 일방의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나 상대 배우자가 부모에게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 등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혼 전 증여와 이혼 후 재산분할 중 어떤 쪽이 세금을 덜 낼까. 전문가들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하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아 유리하지만 상속세를 고려하는 경우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부가 10년 이내에 잇따라 사망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이전에 낸 상속세의 상당액을 공제해주는 단기 재상속 세액공제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한 뒤 자녀들의 상속문제는 어떻게 될까.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계부, 계모와 자녀의 관계는 혈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혈족은 이혼했더라도 자녀에게 상속권이 주어진다”며 “만약 재혼가정에서 계부나 계모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받도록 하려면 재혼 후 배우자가 자녀를 입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늦은 나이에 재혼한 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상당 기간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도 있다.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으나, 사실혼 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해 종료되면 생존한 상대방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결혼은 3번, 재혼은 30번 숙고하라’는 말이 있다. 전문가들은 재혼을 앞두고 상속재산 분할로 인한 갈등을 염려한다면 혼전계약서로 불리는 부부재산계약을 맺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먼저 혼전계약은 양 당사자 간의 계약이고 유언장은 가족 모두를 아우르는 피상속인의 유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유언장이 우선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혼전계약은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한 계약이고 유언은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법률상 단독행위이기 때문에 혼전계약서에서 재산 부분을 명시했다면 일종의 유언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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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