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단속 등 올들어 10건

기소 건수는 늘어나지만 주요 범죄 치안 공백 우려
"즉흥적인 집중 단속보다 계획 미리 세워 지속 관리해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서울 퇴계로 5가에서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한 오토바이를 단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서울 퇴계로 5가에서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한 오토바이를 단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복운전 신고받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서울시내 일선 교통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는 A수사관이 제보를 받기 위해 자신의 성명과 소속, 직책, 연락처 등을 담은 글을 올린 것이다. 이를 본 상당수 네티즌은 “경찰이 보복운전의 심각성을 깨닫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응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실적 채우려고 광고하는 느낌이다”, “위에서 시키니까 반짝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A수사관은 “지난달 10일부터 관련 특별단속이 시작됐는데 제보 없이는 수사가 힘든 분야라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의 특별단속이 남발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진행했거나 하고 있는 특별단속만 10여건에 이른다. 분야도 문화재 사범에서 불량식품까지 다양하다. 특별단속 기간에 경찰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면 다른 쪽에 치안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내부의 실적 경쟁을 부르고 불필요한 전시행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별단속하느라 강력범 검거율 떨어져

[경찰팀 리포트] 특별단속 실적쌓기 경쟁…"잡범 잡으려다 강력범 놓칠라"

경찰이 2013년 의욕적으로 펼친 ‘4대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척결’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청은 지방경찰청별로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만들고 여기에 따라 특진 인원을 배정하며 대대적인 관련 범죄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4대악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예상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살인과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 검거율이 과거 5년 평균(71.6%)에 비해 낮아진 63%에 그친 것이다. 특별단속에 신경 쓰다 국민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강력범죄에 대한 대처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특별단속에 따른 실적경쟁으로 무리한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벌인 동네조폭 특별단속을 통해 동네조폭 3136명을 검거하고 960명을 구속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보험사기범에게 동네조폭 딱지를 붙이거나 해당 지역에 1년도 채 거주하지 않은 피의자도 동네조폭으로 분류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2013년 부산에서는 기소중지자 특별단속을 벌이던 경찰관이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기소중지자의 아들을 찾아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보여주기식 홍보활동도 잦았다. 지난달 보복운전에 대한 특별단속 방침이 내려지자 전국의 경찰조직은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지난 한 달간 경찰관이 언론에 기고한 보복운전 관련 글만 70여건이 넘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을 필두로 읍·면 단위 파출소 순경에 이르는 다양한 경찰관이 펜을 잡았다.

과도한 경쟁에 따른 갈등 등 부작용도

명확한 기준 없이 특별단속이 남발되는 것도 문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거나 관련 범죄가 일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특별단속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화재 관련 범죄가 늘고 있다”며 이달부터 시작된 문화재 사범 특별단속이 단적인 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범죄가 흔치 않은 생소한 분야까지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해 곤혹스럽다”며 “중요사건을 수사해야 할 시기에 생소한 문화재 사범에 신경 써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특별단속에는 보통 특진이 걸려 있다 보니 승진에 목을 매는 경찰들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정은 14년, 총경은 11년 등 계급정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정년인 60세 이전이라도 퇴직해야 해 기한 내에 승진하기 위한 경찰관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실적 욕심에 관할서에 협조조차 구하지 않고 몰래 범인을 붙잡아 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채수창 당시 강북경찰서장이 양천경찰서에서 벌어진 고문 등 가혹행위와 관련해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파면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즉흥적으로 집중단속을 벌이다 보면 타 분야에서 중요한 다른 범죄를 놓칠 수 있다”며 “신경 써야 할 사안이 있으면 미리 단속 계획을 세워 1~2년 정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다음 계획에 반영하는 등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윤희은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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