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29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기업의 사정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고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특히 35세 이상 기간제(비정규직) 직원의 계약 기간을 최장 4년으로 연장하고, 3개월 이상 근무하면 기간제·파견근로자도 퇴직금을 받도록 하는 한편 주당 근로시간을 최장 60시간까지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은 “최근 저성장 기조 속에 많은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현실화하면 기업이 인력을 운용하기 힘들어져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퇴직금 확대는 장기 근무자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고 있는 퇴직금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데다 단기 근무자 비율이 높은 영세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간제 계약 연장은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보다 근로자와 회사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기간 제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 고용에 대한 과보호와 연공급제에 따른 과도한 임금 인상에 있다”며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 경직성 해소, 고통 분담이 선행되지 않고 또다시 추가적인 비정규직 규제를 만들거나 기업의 부담을 늘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비판을 제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추가 연장근로 허용 폭을 넓히고 유예기간을 길게 두는 등 산업 현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5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파견근로를 허용하려는 것과 관련, 경총은 “파견근로 활용 필요성이 가장 높은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제조업체가 파견근로를 활용하지 못해 사내하도급이라는 우회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총은 정년연장 의무화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노동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적용하지 말 것과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시 기업 판단 존중,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1개월로 한정할 것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