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다문화가정…이방인? 이웃사촌!
몽골 출신 결혼이주 여성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씨(41)는 최근 8만명에 달하는 서울지역 다문화가정의 ‘대변인’ 역할을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그는 1996년 관광차 한국에 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2년 결혼한 뒤 한국에 정착했다. 온드라흐 씨는 콜센터에서 다문화가정 대상 전화 상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2년 7월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으로 위촉됐다. 지난 2년 동안 수십차례에 걸친 자문회의와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결혼이민자들의 고충을 알리고 개선점을 찾아 서울시 정책에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녀 교육 뒷바라지도 온드라흐 씨 몫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호진이는 제2의 선동열이 되는 게 꿈이다. 서울 방배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왼손 강속구 투수로 맹활약 중인 호진이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가은이는 일찍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온드라흐 씨는 “이제 한국 사회에 적응했고, 자녀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2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는 28만1295명에 달한다. 결혼이민자 자녀는 19만1328명이며 전체 다문화가정 인구는 50만명에 육박한다. 총인구 대비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이주민 인구가 2.5%를 넘으면 다문화 국가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2008년 이주민 인구가 2.5%를 넘어서면서 다문화사회가 됐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결혼이주 여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에 건너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한류 열풍이 불면서 연애결혼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는 결혼이주 여성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선 다문화가정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박재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