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가 가장 아끼던 숙녀 토끼 인형을 나주 피해 어린이에게 갖다 주라고 하더라고요.좋아할 거라며…."

2008년 안산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의 피해 여아인 나영이(가명·당시 8세) 아버지(59)는 "전날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나주 피해 초등생 A(7·초1)양의 부모를 만났다"고 11일 밝혔다.

나영이 아버지는 "A양 부모로부터 만남을 제의받고 짐을 챙기는데 나영이가 늘 인사하던 토끼 인형과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을 아이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고 챙겨주더라"고 말했다.

이들 부모는 앞으로의 치료 방향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에는 아이가 빨리 안정을 찾기 위해 심리적인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와 앞으로 살아갈 걱정 등이 주 화제가 됐다.

나영이 아버지는 "내 경험을 토대로 심리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을 것과 몸이 피곤하고 영양이 부족하면 그것이 다 스트레스 요인이므로 퇴원 후에 아이의 영양을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 앞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아이에게 안정을 줘야 한다고 점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A양에 상태에 대해 나영이 아버지는 "충격으로 인해 아이가 말을 잘 안 하려 하고 몸도 괴로워하고 있다. 여러 번 질문을 해도 고개만 끄덕이는 식으로 예전의 나영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현재 A양의 다른 형제들은 해바라기 아동센터 측에서 보호하고 있다.

나영이 아버지는 "부모가 피해 아동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아이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피해아동의 원활한 치료와 가족의 안정을 위한 사회의 물적·심적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적은 예산으로 여러 사람을 치료하기가 벅찰 것이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 아동 가족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정부가 피해자와 가족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게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안산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