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애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수사 초기 압수수색과 동시에 임병석 회장을 전격 체포할 때까지만 해도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긴 호흡'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대기업 비리 수사의 형태를 띠어간다는 분석이다.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수반하는 대기업 비리 수사의 경우 계열사간 전반적인 자금 흐름을 꿰뚫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기업비리 사건의 어려움은 검찰이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약 4년간 대대적으로 진행된 '공적자금 비리 수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2001년 12월 대검에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검사와 수사관은 물론 금융감독권, 국세청 등의 유관기관 직원까지 총 50여명을 투입해 정ㆍ재계에 대한 거센 '사정(司正)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기간 검찰은 기업 자체 비리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해 모두 50여개 기업의 비리를 포착, 부실 기업주와 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계 인사 등 290명을 사법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일견 대단한 실적처럼 보였지만 수사 대상 기업주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자료를 미리 확보해 놓은 상황에서 4년이라는 기간에 50명이 넘는 수사인력을 투입한 것치고는 검찰의 창이 그리 날카롭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합동단속반장을 맡아 수사팀을 이끈 민유태 변호사는 2일 "각 기업 전체 자금의 입구와 출구를 모두 들여다보고 관계자들을 불러 돈거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녹록지 않은 수사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공적자금 비리 수사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은 현재의 C&그룹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지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이미 6개월 전부터 C&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 착수 후 열흘이 지난 최근에서야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하고 임 회장을 상대로 배임과 횡령 등 혐의를 추궁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의 속도라면 임 회장을 재판에 넘기기 전 이번 수사의 종착지인 정관계 로비 의혹은 고사하고 구속영장에 기재된 임 회장의 혐의를 모두 밝히기조차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해를 넘기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사다.

일단 전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파악이 돼야 누가 이 회사를 측면에서 도와줬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수사가 장기전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