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이 떨어진 부모님을 위해 사드린 보청기가 몇 번 쓰다가 서랍 속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님의 난청 정도와 특성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고급형,고가품이라는 얘기에 선뜻 구입했다가 돈만 낭비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의사만이 보청기를 처방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구애 없이 보청기를 살 수 있어 이런 문제가 자주 생긴다.

보청기를 맞추려면 정밀한 청력검사가 필수다. 귀 말고도 코와 목에 이상 소견이 있는지,난청의 원인이 무엇인지,약물이나 수술로 난청을 해소할 수 있는지,청각에는 문제가 없는데 전신건강 또는 정신발달상의 문제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보청기 사용 여부와 적합한 타입을 결정하게 된다.

보청기는 외부의 소리를 전기적으로 증폭시켜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자의료기기다. 예전에는 보청기가 커서 외관상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성능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귀속에 쏙 들어가 외부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작은 것까지 개발돼 있고 전자기술의 발달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22만3102명(2008년)의 청각장애인이 있다. 업체 추산으로 3000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보청기 시장이 형성돼 있고 당분간 매년 15% 안팎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인 '스타키'가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어 GN리사운드(덴마크),지멘스(독일),오티콘(덴),와이덱스(덴),포낙(스위스) 등의 순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특히 덴마크 제품은 덴마크의 높은 음향기기 수준과 정책적인 육성 덕분에 품질이 다소 우수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국산으로는 세기보청기가 유일한데 아직은 핵심 부품인 IC(집적회로)칩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이다.

보청기를 맞추려면 청력손실 정도와 청력장애가 일어나는 주된 주파수대를 측정해야 한다. 기본적인 보청기 선택 기준은 양쪽 귀 모두 55데시벨(dB)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청력일 경우 청력이 더 나쁜 귀를 기준으로 보청기를 맞춰야 한다. 양쪽 귀의 역치(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음량)가 55~80dB 이상일 경우 60dB과 가까운 쪽 귀에 맞춘다.

양쪽 귀 모두 80dB 이상으로 청력이 더 나쁜 경우엔 청력이 더 좋은 쪽에 맞춰 보청기를 선정한다. 한쪽이 55dB 이하이고 다른 쪽이 80dB 이상이면 청력이 좋은 쪽 귀에 맞춘다. 일반적으로 좋은 귀가 40dB 이상이고 나쁜 귀와 30dB 이상 차이가 나면 좋은 귀를 기준으로 삼는다. 양쪽 역치가 비슷할 경우 어음 이해도(말귀를 알아듣는 수준)가 높거나,역동범위(들을 때 불쾌한 수준의 음량과 청력역치 간의 차이)가 더 넓은 쪽 귀에 맞춘다.

보청기는 착용 위치에 따라 귓속형,귀걸이형,상자형(MP3처럼 생긴 증폭기가 바깥에 달림),안경형(골도보청기) 등으로 나뉜다. 또 귓구멍을 꽉 막아 답답함을 느끼는 일반형과 통풍 구멍을 뚫어 폐쇄감과 이물감을 줄인 개방형으로 분류한다. 이 중 어떤 타입을 선택하느냐는 환자의 난청 패턴과 사용하는 취향에 달려 있다. 충분한 지도를 받고 사용하되 몇 주간 빌려서 시험적으로 착용해보는 것도 좋다. 박문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로 상대방의 말소리를 이해하는 데 만족스러울 정도에 이르려면 4주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며 "착용 후 첫 1주일은 집안 등 조용한 곳에서 하루 1시간 정도만 착용하고 다음 주부터는 집밖에서 하루 2~3시간 착용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보청기 선택시 주의사항>

1.전문 이비인후과에서 정밀한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의 원인과 유형,정도를 정확히 평가한다.

2.사전에 필요한 의학적 치료가 끝난 후 보청기 전문가와 상담한다.

3.보청기 특성을 검사할 수 있는 여러 장비를 구비한 전문점에서 구입한다.

4.보청기의 사이즈와 가격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5.각종 스위치가 정확히 작동하는지,들리는 음이 너무 크게 또는 작게 들리지 않는지,음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지,귀에 착용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한다.

5.보청기 구입 후 정기적인 성능 시험이나 청소,수리 등을 받을 수 있는지 체크한다.


<보청기 처음 착용시 주의사항>

1.집중해서 알아듣는 요령을 터득한다.

2.대화할 때 알아들은 체하지 않는다.

3.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살핀다(입술 등).

4.한 번에 대화하는 상대를 3~4명 이하로 줄인다.

5.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보청기 음량을 줄인다.

6.전화 사용시 스위치를 'T' 위치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