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시기ㆍ장소ㆍ방법 구체적으로 밝혀야"

검찰이 마약 투약 일시나 장소, 방법 등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피고인을 재판에 넘겼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4일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기각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54조에 `공소사실은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심판 대상을 한정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으로 검사는 범죄의 구체적 사실을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에 대한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크고 심판 대상이 한정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공소 제기 절차가 법률에 어긋나 무효"라고 덧붙였다.

마약 복용 혐의로 적발된 이씨가 수사 단계에서부터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자 검찰은 모발검사 양성 반응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8월부터 10월 사이 자택에서 확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히로뽕을 1회 투약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1ㆍ2심 재판부는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머리카락의 위치, 평균적 머리카락 성장 속도 등에 비춰봤을 때 검찰의 투약 기간 설정에 신빙성이 있으며 다량의 히로뽕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모발 양성반응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