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드래프트' 현상은 부상자 진술과 부합

11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신창동 실내 사격장 화재의 원인규명이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분진폭발'(粉塵爆發.Dust Explosion)과 '백 드래프트'(backdraft.역류)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사격장 화재사건을 수사중인 부산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사격장의 화재가 '분진폭발'이나 '백 드래프트'에 따른 폭발 때문이 아닌지 정밀분석을 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분진폭발은 지난 2006년 4월 서울 반포동에서 발생한 사격장 화재에서 일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반포동 화재로 사격장 종업원 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등 6∼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화재원인을 총구에서 발생한 불꽃이 바닥에 깔린 잔류화약에 떨어지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CCTV에 촬영된 화면을 자세히 보면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받은 손님이 사격을 한 뒤 3∼4초 뒤 불길이 허공에서 급격히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분진폭발'로 추정되는 장면이다.

이 현상은 공기 중에 떠도는 농도 짙은 분진이 에너지를 받아 열과 압력을 발생하면서 갑자기 연소.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석탄가루에 의한 탄진폭발이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 밀가루, 설탕, 철가루, 폴리에틸렌, 세제가루 등에서도 분진폭발이 발생한다.

부산사격장 화재를 수사중인 경찰은 이번 화재가 '폭발성 화재'라고 규정하면서도 강한 폭발을 일으킨 물질이 무엇인지, 착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면서도 사격장내 '잔류화약'과 격발후 공기중에 남는 '체류가스'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잔류화약은 격발후 탄피와 권총 노리쇠 뭉치, 약식 등에서 남은 화약가루가 공기중에 날리기도 하고 발사대 주변에 주로 떨어져 쌓인다.

사격을 계속하면 격발 때 나오는 가스도 공기 중에 다량 쌓인다.

부산의 한 소방관은 "실내 사격장에서 많은 사람이 사격하면 체류가스가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격장 내부 공기 중에 있다가 담뱃불 등의 착화에 위해 폭발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부산 사격장에는 환풍기가 몇대 있었으나 화재 직전 가동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환풍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면 당시 10여명이 격발을 금방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격발장 실내공기에는 가스와 탄약가루가 뒤섞여 있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경찰은 또 분진폭발 가능성과 함께 '백 드래프트'(backdraft.역류)에 따른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발사대 쪽에서 어떤 이유로 불이 나 화염과 열기가 가득 차 있다 유일하게 외부 공기가 유입되던 휴게실 쪽으로 강하게 폭발,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상자 가사하라 마사류(37) 씨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가사하라 씨는 "일본인들이 마지막으로 사격한 뒤 격발장 사대 안쪽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나 출입구 쪽으로 대피하는데 등쪽에서 강한 화염과 연기가 밀려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착화의 원인으로는 사격장 내부 전기고장이나 격발할 때 생기는 불꽃, 담뱃불이나 라이터불 등에 위해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화재 당시 표적지를 이동시키는 가동모터 5개 가운데 3개가 고장나 2개만 사용했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모터 가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오수희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