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해체 강행 입장 바꿔…내년 6월 결정
'보전 촉구' 시민단체 "대국민 캠페인 강화"


서울시가 애초 철거하기로 계획했던 남산 옛 중앙정보부 건물 3곳의 해체 여부를 재검토키로 했다.

현재 관공서로 쓰이는 이들 건물은 시민단체가 독재정권 시대를 증언하는 사적이라며 철거를 반대하면서 '과거사 논쟁'이 빚어진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균형발전본부 건물(옛 중정6국) 등 과거 중정 시설 3개 건물의 철거 득실 등을 평가하는 '타당성 조사 및 기초 설계' 작업을 용역 업체를 통해 다음달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올해 말 시행할 예정이었던 균형발전본부 건물의 철거 공사도 내년 이후로 잠정 연기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발표한 '남산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올해 말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자락에 있는 균형발전본부를 철거하고, 2011년에는 인근 소방재난본부 청사(옛 지하취조실)와 남산 시청별관(옛 대공수사국)을 해체해 공원과 지하 주차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 '역사를 여는 사람들 기억(ㄱ)'은 지난 8월부터 이들 건물을 보전해 역사 교육장 및 전시관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으나 시는 해체 공사 발주를 준비하는 등 철거 방침을 굽히지 않았었다.

재검토 결정 배경으로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내로 건물을 해체할 경제적 타당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각계 견해를 경청하자는 뜻도 있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라 건물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조사 및 설계 작업을 내년 6월께 끝내고 중정 건물 철거 여부 등을 담은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기억' 측은 이번 재검토를 계기로 건물 보전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여론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 단체에 참여하는 소설가 서해성 씨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중정 건물을 보전하자는 시민 모금운동의 중간 성과를 공개하는 행사를 개최한다"며 "앞으로 열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건물 보전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캠페인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억은 모금을 통해 2011년까지 20억 원을 모아 해당 건물과 인근 유스호스텔(옛 중정 남산 본관) 등 건물 4곳을 사들이고 이 중 한 곳엔 '아시아 인권ㆍ평화 센터'를 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 단체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