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사실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놀고, 마시는 업종부터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돌다보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여행을 자제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놀이공원,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높은 술집 등에도 잘 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 확산이 더욱 심해질 경우 이들 업종 외에 다른 업종까지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긴 어딜가"..여행 자제 뚜렷

3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업계 등에 따르면 신종플루는 우선 사람들의 외부 출입 자체를 묶어 벼렸다.

이 때문에 여행업계에는 '가을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한달 전 추석에도 고향을 찾는 발걸음까지 되돌리게 했던 신종플루는 이후 급속도로 번지면서 요즘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사업상 출장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3분기 여행업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4.9%나 감소,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여행업의 타격이 심각한 것은 전염력이 매우 강한 신종플루가 주로 외부인과의 접촉에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도 장거리 여행 분위기가 많이 위축돼 있어 이번 유행이 한풀 꺾이기 전까지는 회복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전에도 해외여행 예약이 최소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아예 예약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해외에도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어 놀러 가는 여행은 타격이 아주 심하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의 경우에도 중.장년층의 경우 단풍 철을 맞아 반짝 늘었지만 학교휴업이 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 등은 줄었다.

하나투어 등 일부 여행사의 경우 10월부터 근무체제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바꿨으며 소형 여행사들은 근무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경우도 나타났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책반이나 상황실을 만들어 운용하면서 해외출장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출장 자체를 막고 있다.

출장자제지역을 선정하는가 하면 출장을 가야 하거나 다녀온 직원들은 반드시 병원이나 의무실에서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출장 후 귀국시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출근할 수 있을 정도다.

◇술잔 돌리기는 커녕 술집에도 안가

3분기 음식점 및 주점업 매출은 작년 같은 기관과 비교해 -3.0%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주점업만 떼 놓고 보면 -7.0%다.

먹는 것에 비해 마시는 업종이 훨씬 타격이 큰 셈이다.

술집의 단체 예약손님은 이미 많이 줄었다.

술자리가 많이 마련되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깃집 주인은 "단체 손님은 한 달 전부터 3분의 2 이상이 줄었다"면서 "전에는 당일 예약이 힘들 정도였는데 요즘은 매일 방이 남아돈다"고 말했다.

술잔돌리기나 폭탄주 문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모습도 등장했다.

포스코의 경우 회식에서 잔 돌리기 문화가 사라졌으며 자신의 술병에서 스스로 따라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술집에서는 남이 마셨던 잔에 입을 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푼에 소주와 양주 등을 함께 부어 섞은 뒤 국자로 각자의 잔에 따라 마시는 신종 폭탄주가 유행할 정도다.

서초동의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요즘은 방 10개에 손님을 받으면 5곳 이상에서 양푼 폭탄주를 만든다"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폭탄주 제조는 보기 어려우며 있더라도 잔을 자주 갈아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접촉을 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붐비는 사람들이 싫어 식당도 안가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풍경까지 생겼다.

◇놀이공원 이용객 절반으로 줄어

지난 3분기 유원지 및 테마파크 운영업 매출은 7.6%나 줄었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10월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실제로 11월 첫째 주말에는 신종플루 우려로 주요 테마파크의 이용인원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경우 휴일인 지난 1일 입장객이 전주의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롯데월드도 9월과 10월에 학생들의 소풍 철임에도 불구하고 단체 입장객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국민속촌도 전주에 비해 30%가량 감소했고 서울 성동구의 어린이대공원도 평소보다 30%가량 입장객이 줄었다.

단풍철인데도 국립공원 설악산 입장객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테마파크들은 신종플루 전염을 줄이기 위해 공원 입구는 물론이고 곳곳에 손을 소독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위축된 마음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심재훈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