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참고치 웃돌아…질병 전 단계 수준

충남 서천에 있는 옛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주민의 혈액과 소변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의 농도가 국제기준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고 일부 주민에게서는 질병의 전 단계인 신장 미세손상이 관찰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작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옛 장항제련소 인근 주민을 상대로 건강영향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조사는 2007년 7월 서천군의회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 암 발생 및 사망률 분석, 중금속 분석 등 건강검진으로 구분돼 이뤄졌다.

제련소 반경 4㎞ 이내에 사는 조사군 572명과 제련소에서 15㎞ 이상 떨어진 지역에 사는 대조군 413명을 상대로 한 1차 건강검진에서 조사군은 대조군보다 카드뮴, 납, 구리, 니켈, 비소 농도가 짙게 검출됐다.

특히 조사 참여자 985명 중 156명(16%)은 혈액과 소변 중 카드뮴 농도가 민감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참고치를 초과했다.

조사군의 초과율은 24%로 대조군의 4.1%보다 크게 높았으며, 제련소와 가까울수록 초과율이 컸다.

또 카드뮴 참고치 초과자에게서 소변에서 필요한 성분은 재흡수하고 노폐물은 배출하는 기능을 하는 신세뇨관의 미세손상 현상이 관찰됐으며 임상적으로 신장질환 전 단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밀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주민 중 조사에 응한 47명을 대상으로 한 2차 검진에서는 25명(53.2%)이 참고치를 다시 초과했고 신세뇨관 미세손상(8명), 신장기능 이상(3명), 뼈 손상(1명)이 관찰됐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해당 지역 주민의 체내 카드뮴 농도와 신장기능 반영지표 사이에 상관성이 있으며 카드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련소 근무경력이 있는 6명은 모두 신세뇨관 미세손상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신장기능 이상이나 뼈 손상의 경우 고령, 당뇨, 고혈압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카드뮴을 주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옛 장항제련소 인근 주민들이 카드뮴에 노출돼 건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유소견자에 대한 건강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환경개선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