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의 생산직 직원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00만원 이상 고임금을 받는 생산직이 전체의 30% 선인 1300여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부는 생계비가 부족하다며 올해 7.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직 임금,관리직보다 2250만원 많아

24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이 회사 광주,전남 곡성,경기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4278명의 평균 연봉은 7135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말정산을 위한 작년 소득세 신고액 기준이다. 총 1329명인 일반 관리직의 평균 연봉(4881만원)보다 2254만원 많다.

1억원 이상 최고 연봉을 받는 생산직은 전체의 4.9%인 209명,8000만~1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생산직은 25.7%인 1100명에 달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생산직 인건비(퇴직금 충당금 포함)로만 총 3435억원을 썼다.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1745억원)보다도 더 많은 수준이다.

금호타이어의 생산직 연봉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노조의 줄기찬 압박 탓이다.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매년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달성해 왔다. 노사는 2004년 전년 대비 18.2% 인상안에 합의한 데 이어 매년 10% 안팎 임금을 올려왔다.

하지만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광주공장의 제조원가를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이나 베트남공장의 원가는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생산직 200여명이 전체 40명에 불과한 최고 임원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액 연봉자가 많고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004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작년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누적적자는 1042억원,당기순손실은 2223억원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박용순 노조 기획실장은 "정년을 앞둔 장기 근속 생산직이 많은데다 휴일 근무도 빈번하다 보니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생계비 부족하다"며 연일 파업

노조는 자동차 및 타이어 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올해 임금협상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임금 7.48% 인상안을 내세우고 있다. 또 작년분 추가 성과급 및 올해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하고,실질임금 하락분을 보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맞서 임금 동결과 복리후생 축소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거부하자,전체 직원의 17.9%(70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고임금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적자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더 이상 노조에 끌려다녀선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 장기화를 이유로 지난 23일부터 한시적인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근무조별로 24일까지 8시간 전면 파업 1회와 4시간 부분 파업 1회를 각각 진행했다. 노조는 25일 조별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26일엔 또다시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교섭 결렬→전면 파업→직장 폐쇄'의 길을 걸을 경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측이 파업 장기화에 대비,직장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어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