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재 업계에서 최고의 '마케터 사관학교'로 불리는 CJ제일제당(옛 제일제당) 마케팅실.'명불허전(名不虛傳)'을 입증하듯 이 부서 출신의 현직 CEO(최고경영자)만 7명에 달한다. 김해관 동원F&B 사장,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이해선 CJ오쇼핑(옛 CJ홈쇼핑) 대표,김태준 코리아나화장품 사장과 헤어드라이기 제조업체 유닉스전자의 박인성 사장,외국계 생활용품업체 CJ라이온의 위규성 대표,국내 대표적인 마케팅 컨설팅업체 WK마케팅그룹의 김왕기 대표 등이 모두 이 부서의 선후배들이다.

이곳 OB들이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친목 모임이 '제마회'.'제일제당 마케팅실'에서 한 자씩 따서 붙인 이름이다. 제마회의 핵심 멤버인 이해선 대표는 "제일제당 마케팅실은 옛 삼성그룹 시절부터 국내 소비재 업계의 마케팅을 선도한다는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며 "지금도 틈틈이 만나 소비와 상품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마회의 좌장이자 제일제당 출신 마케터들에게 '대부'로 통하는 인물은 박찬원 코리아나화장품 고문(65)이다. 1987~93년 제일제당 마케팅실장을 지내면서 '다시다'를 앞세워 당시 미원(현 대상)과의 조미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박 고문은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적 마케팅,시장과 소비자 중심의 현장 마케팅으로 제일제당 마케팅실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코리아나 사장을 지냈으며,지난 2월 38년간 마케터로서의 경험을 담은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김영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박 고문의 '부사수'가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58)이다. 박 고문이 실장을 맡고 있을 때 마케팅부장으로 그를 보좌했다. 김 사장이 마케터의 능력을 야구에 빗대,"타율을 끌어 올리려면 '충분한 실험을 거친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 것도 박 고문의 영향이다. 김 사장은 1990년대 후반 한국존슨 사장으로 잠시 '외도'한 뒤 친정으로 복귀,CJ홈쇼핑 대표를 거쳐 2006년부터 CJ제일제당 사장을 맡고 있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54)는 김 사장의 '이력서 구조'를 빼닮았다. 제일제당 마케팅부장을 지낸 뒤 빙그레 상무,아모레퍼시픽 부사장 등을 거쳐 CJ로 다시 돌아온 데다 김 사장이 거친 CJ오쇼핑 대표까지 맡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 대표는 햇반,비트,라네즈,설화수 등 식품 · 생활용품 · 화장품에 걸쳐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현재 CJ그룹 밖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로는 김해관 동원F&B 사장(58)이 대표적.CJ㈜ 부사장에 이어 화장품업체 엔프라니 대표를 역임한 뒤 2006년부터 경쟁업체의 하나인 동원F&B 사장을 맡고 있다. 또 박인성 유닉스전자 사장(55)은 제일제당 마케팅 부장과 올리브영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유닉스전자를 이끌고 있다. 위규성 CJ라이온 대표(51)는 제일제당 마케팅부장에 이어 두산 마케팅 상무로 일할 당시 종가집 김치를 국내 최고의 김치 브랜드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MBA 출신인 김태준 사장(49)은 박 고문의 뒤를 이어 지난해 1월부터 코리아나화장품을 맡고 있다.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46)는 김진수 사장의 서울대 농경제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제마회 모임에는 과거 제일제당 마케팅실의 자문 역할을 했던 박충환 미국 USC 석좌교수(65)와 임종원 서울대 경영대 교수(63) 등도 함께 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