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한 신형 고속열차 KTX-Ⅱ가 철로를 달린다.

현재 운행 중인 KTX는 도입 당시 프랑스 알스톰사의 기술에 대부분을 의존했지만, KTX-Ⅱ는 국산화율이 9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KTX-Ⅱ개발로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시속 30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 열차를 독자 기술로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가 됐다.

◇ 역방향 좌석 사라진다 = KTX-Ⅱ의 가장 큰 특징은 역방향 좌석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모든 좌석이 순방향으로 제작됐고, 좌석에 부착된 발판을 누르면 360도 회전이 돼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고 여행할 수 있다.

좌석 간격도 980mm로 현행 KTX보다 50mm 넓어졌다.

열차 안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도록 220V 콘센트를 좌석에 부착했다.

여행 중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스낵바와 가족 여행객을 위해 별도 칸막이를 설치한 가족실도 마련된다.

영유아와 함께 여행하는 승객을 위한 수유실도 갖췄다.

열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달리는 사무실, 가족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차체는 산천어를 본뜬 유선형 설계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고,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승객 수요에 따라 10량 또는 20량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20량 편성만 가능한 현행 KTX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코레일은 시험 운전을 거쳐 내년 7월 호남선을 시작으로 전철화 공사가 진행 중인 전라선(익산-여수), 경부선 2단계(동대구-부산 고속선로), 경전선(삼랑진-마산) 등에 차례로 KTX-Ⅱ를 투입할 예정이다.

◇ 부품 국산화 박차…첨단기술 갖춰 = 현재 운행 중인 KTX도 2006년 이후 핵심 부품인 전력변환장치(KTX 객차인버터), 제동실린더 등 9개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코레일은 이들 부품의 국산화로 37억 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했고, KTX 보조블록 등 14개 부품도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의 고장 정보는 실시간으로 KTX 운행정보시스템(KTX-Operation Information System)으로 전달된다.

이 시스템은 고속철도를 운행하는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보유한 기술이다.

실시간으로 KTX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생기면 원격제어로 대처할 수 있다.

운행을 끝낸 KTX 차량은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정비 차량 기지에 도착하면 즉시 수리할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 시스템 운영으로 연간 1억 3천300만 원의 전기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저탄소 녹색 교통 견인 = 서울-부산을 편도로 이용할 때 KTX와 자가용(2천cc 자동변속기 기준)의 좌석당 비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935석인 KTX의 좌석 당 에너지 비용은 1천176원이지만 4석의 승용차는 휘발유 ℓ당 가격을 1천500원으로 적용했을 때 좌석 당 비용이 1만 3천590원이다.

2005년도 에너지 총조사 보고서와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KTX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4천296억㎉로 분석됐고, 시외버스와 택시는 각각 5조 979억㎉, 21조 3천309억㎉로 나타났다.

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최근 열린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도로 교통과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철도 활성화는 교통체계의 저탄소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아시아 경제 시대에 대비하고 날로 급증하는 동북아 국가 간 교통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 연계 교통체계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