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도입을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얼마전 서남표 KAIST 총장이 일반고 학생 150명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포스텍은 올해 입시에서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전체 모집 정원 300명 모두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이 밖에 올해는 모두 50여개 대학이 4500여명의 신입생을 이 같은 방식으로 충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성적 위주의 대입 관행(慣行)을 깨뜨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업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봉사활동,가정환경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미국 유럽 등지의 대학에서는 일반화된 전형 형태로 대학의 자율적 학생선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다. 정부가 이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40여개 대학을 선정해 236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점수 위주의 우리 교육 현실이 낳은 폐해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온갖 학원과 과외로 내몰리고 부모들은 연간 21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선 신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어차피 입학사정관의 주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떻게 하면 자의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의 자격요건 객관화와 학생선발 과정에서의 비리 근절(根絶)도 과제다.

따라서 각 대학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육협의회 등을 통해 수시로 협력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등 만전의 준비를 해야한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의 자격과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인증제를 차질없이 도입하고 사후에도 꾸준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입시 부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조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