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림초..교사 책임의식과 학생 귀속감 제고

"너 몇 학년 몇 반이지?" "네, 저는 김철수 선생님 반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소재 영림초교에서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는 `담임실명제'가 처음 시도된다.

8일 영림초에 따르면 이 학교는 올해부터 학급명에 담임교사의 이름을 붙여 `김철수선생님반', `이숙희선생님반' 식으로 반 이름을 사용한다.

전체 16학급인 이 학교는 새 학기부터 1학년 1반, 1학년 2반 식의 학급명을 쓰는 대신 교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학급명에 실명을 적어 담임교사의 책임의식을 제고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교사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학생을 지도하게 되면 좀 더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는 게 이 학교 이경희 교장의 생각이다.

이 교장은 "교사들이 학생 지도를 잘 하든지 잘 못하든지 자신의 이름이 불리게 되면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라며 "공교육을 강화하려면 학교를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림초가 담임실명제를 시도하게 된 데는 학부모가 1년간 자신의 자녀를 가르친 담임교사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영림초의 이런 시도는 최근 공교육 강화를 위해 학교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교권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교육계에서는 신선한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교장은 "학급 이름을 바꾸는 시도가 비록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교육 효과 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담임실명제 아이디어는 이 학교 병설유치원의 반 이름에서 얻었다.

이 학교 병설유치원은 다른 곳과 달리 `사랑해반', `좋아해반', `다정해반', `행복해반' 등의 학급명을 사용한다.

아이들에게 능동적인 의식을 심어준다며 3년 전부터 `개나리반', `진달래반' 등의 명사 이름을 동사형으로 변경하는 실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담임실명제가 교장 한명의 아이디어만으로 곧바로 실시된 것은 아니다.

이 교장은 영림초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 교사들의 자문을 구했고 졸업생과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었다.

학급명에 교사들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혹시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교사들에게 아호(雅號)를 대신 써도 좋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교장은 "그러나 교사들이 새 실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모두 반 이름에 실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고, 학부모들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호감을 나타내 결국 올해 담임실명제를 실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