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실종…2000억빌딩 1600억에도 안팔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오피스(업무용) 빌딩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개인들이 중소형 빌딩을 대거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사옥을 팔려고 해 매물이 쌓여가는 양상이다.

12일 오피스 정보제공 업체인 세빌스 코리아에 따르면 서울의 종로 을지로 테헤란로 등 비즈니스 중심가의 업무용 빌딩 평균 매매가는 작년 9월 말 3.3㎡당 1900만원 선에서 최근에는 1400만~1500만원 선으로 3개월여 사이 20% 이상 급락했다. 건설,증권사들의 구조조정용 매물이 많은 탓이다.

실제 SK건설은 종로구 관훈동 사옥을 매물로 내놓았다. 대지 4620㎡에 13층 규모다. 현대성우종합건설은 서초동 서울사무소 사옥(지상 14층)을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림건설은 경기 성남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서초동 교대역 앞 사옥을 처분하기로 했다.

마포구 미래에셋빌딩은 최근 1070억원 선(3.3㎡당 12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작년 9월만 해도 매도 호가가 1250억원(3.3㎡당 1400만원)이었지만 팔리지 않아 3개월 새 180억원(14.4%) 내렸다. 그런데도 매수세가 붙지 않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금호그룹은 작년 12월 신문로 금호생명 빌딩을 2400억원을 받고 투자회사에 넘겼다. 대한전선도 회현동 사옥을 950억원에 팔았다. 한화그룹은 서울 장교동 본사 사옥과 소공동 한화빌딩 매각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피스 시장이 급락세를 타고 있어 일부 급매물을 빼놓고는 거래가 끊겼다. 강남역 인근 D빌딩은 지난해 9월 200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현재는 호가가 20%나 빠진 1600억원대로 몸값이 낮아졌다. 신성건설은 지난해 강남역 앞 빌딩을 16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실패,법정관리 신세를 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 빌딩도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기업들이 보유 토지와 골프장 회원권에 이어 사옥까지 팔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경기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건호/정호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