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22년치 질병사망자 분석.."적절한 의료조치만 있었으면 예방 가능"

우리나라 연간 질병 사망자의 45.5%는 적절한 의료적 조치만 있었다면 생존이 가능한 `피할 수 있는 사망'(Avoidable Death)'에 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송윤미(가정의학과)ㆍ정지인(건강의학센터) 교수팀은 1983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망원인통계연보를 토대로 질병에 의한 한국인 사망양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이 인구 10만명당 65명으로 당시 질병 사망자의 45.5%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과학회지 12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피할수 있는 사망'에 대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진단을 통해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사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던 상태로 정의했다.

또한 연구팀은 피할 수 있는 사망을 ▲질병원인이 밝혀져 적절한 1차적 예방으로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질병그룹 ▲조기진단과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질병그룹 ▲늦지 않게 병이 진단돼 적절한 의료가 제공되면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질병그룹 등의 3개군으로 세분화했다.

이와 함께 질병에 따른 연구대상 사망자의 나이를 65세로 제한시켰고, 연령표준화사망률을 적용했다.

논문에 따르면 1983년에는 피할 수 있는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이 인구 10만명당 173명으로, 전체 질병 사망자의 52%에 달했다.

같은 해 `질병을 피할 수 없는 사망률'(48%) 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만큼 당시 국내 의료수준이 낮았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사망'은 이후 점차 감소해 2004년에는 전체 질병 사망자의 45.5%(6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1983년의 피할 수 있는 사망자수(173명)에 비교할 때 37.6% 수준에 그친 셈이다.

피할 수 있는 사망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일차예방으로 피할 수 있었던 사망그룹은 지난 20년간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간암·만성간질환 및 간경화에 의한 사망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증가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줄어들었다.

하지만 폐암에 따른 사망률은 2004년도 사망률이 1983년보다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1970년 이후 우리나라의 흡연시작 연령이 빨라지고 1인당 흡연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기진단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그룹에서는 위암에 의한 사망이 점차 감소했지만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았으며, 유방암·대장직장암은 사망률이 점차 증가했다.

의료진은 유방암·대장직장암 사망률의 증가가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른 것으로 봤다.

적정한 의료의 개입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그룹의 경우 감염성 질환, 호흡기 질환, 고혈압성 질환, 위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한 사망은 많이 감소했지만, 심장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은 증가했다.

결핵, 폐렴, 인플루엔자 등에 대한 화학요법과 항생제의 발달로 관련 질병의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유럽의 다른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 증가는 높은 진단율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한 발생률이 증가했기 때문일 것으로 의료진은 추정했다.

송윤미 교수는 "한국의 보건의료서비스가 발달하면서 20년간 피할 수 있는 사망이 크게 감소했지만 아직도 일부 질환은 피할 수 있는 사망의 감소폭이 적거나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연구팀이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분류한 그룹별 유형이다.

┌────────────┬────────────────────────┐
│ 구 분 │ 질 환 명 │
├────────────┼────────────────────────┤
│ 1군 : 일차예방으로 │구순,구강,인두,식도,후두의 악성 신생물, 간의 악 │
│ 피할 수 있는 사망 │ 성 신생물 │
│ │ 기관,기관지 및 폐의 악성 신생물, 방광의 악성 신│
│ │ 생 │
│ │ 뇌혈관 질환, 만성 간질환 및 경변증 │
├────────────┼────────────────────────┤
│2군 : 조기진단 및 치료로│ 피부의 기타, 유방, 자궁경부의 악성 신생물, │
│ 피할수 있는 사망 │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자궁악성신생물, 태반의 악성│
│ │ 신생물, │
│ │ 고환의 악성 신생물, 호치킨병, 위의 악성 신생물,│
│ │ 대장 및 직장의 악성 신생물 │
│ │ │
├────────────┼────────────────────────┤
│3군 : 적정 의료의 개입으│장관 감염병, 결핵, 비루스 간염, 감염성 및 기생충│
│ 로 │ 성 질환, 백혈병, │
│ 피할 수 있는 사망│ 만성 류머티스성 심질환, 고혈압성 질환, 허혈성 │
│ │ 심질환, 폐렴, │
│ │ 만성 및 상세 불명의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호 │
│ │ 흡기 질환, │
│ │ 위십이지장 궤양, 충수염, 복강내 헤르니아, 담석 │
│ │ 증 및 담낭염, │
│ │ 모성사망, 심장 및 순환기계의 선천성 이상 │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