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의 의령예술촌. 19명의 노인들이 일지매 묵화 등이 그려진 병풍을 만드느라 바쁜 손길을 움직이고 있다. 다음 날 창원에서 열리는 경남실버취업박람회에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노인들은 월 20만원을 받으며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3~4일씩 모여 4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다.

궁류면의 고령화 비율은 46%로 의령군 내에서도 가장 높다. 주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셈이다. 이처럼 고령화 비율이 높아지자 의령군은 마을을 활기차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노인들에게 각종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병풍생산작업은 그 중 하나다. 의령군 관계자는 "현재 궁류면을 비롯해 군내 노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노인들이 많은 만큼 노인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전체 평균 고령화비율이 28.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의령군으로선 노령화와 더불어 인구감소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2004년 3만2681명이던 군민수는 지난해 3만1099명으로 줄었다가 지난 9월 또 다시 3만671명으로 감소했다.

자연 초등학생 수도 줄고 있다. 2004년 1645명에서 지난해 157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현재 1505명으로 감소했다. D초등학교는 최근 3년 동안 신입생을 단 한명도 받지 못했을 정도다.

김영숙씨(39.주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마산과 창원 등지의 중학교로 옮기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애들이 다 빠져나가 시내에는 그 흔한 유명 브랜드 햄버거집 하나 찾아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다보니 갓난 아이 우는 소리도 듣기 힘들어지고 있다. 2004년 196명이 출생했으나 지난해 157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105명이 태어나 올해 전체 신생아 수는 130명 정도일 것으로 보건소 관계자는 내다봤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의령군에 비상이 걸렸다. 공단 조성에도 나섰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점곡 등 4곳의 농공단지와 구룡공업단지 등 5곳의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지난해 88개였으나 올해는 오히려 2곳 줄어들었다.

의령군 관계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인에게 건강진료비를 지급하고,전입자에게 30만원과 자동차번호판 교체비용은 물론 출산장려금까지 지원 중"이라며 "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의령=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