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등급을 판단하자며 병원에 신체감정을 의뢰했다가 그 결과가 환자에게 유리하자 감정기간에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억지 논리를 펴며 소송전을 벌였던 보험사가 보험금을 고스란히 물어주게 됐다. 25일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에 따르면 송모씨(40)는 보험기간중 발생한 사고로 신체장애가 생길 경우 장해등급에 따라 연금 등을 받는 조건으로 지난 97년 K보험사의 생명보험 두 종류에 가입했다. 가입 이듬해 척추를 다친 송씨는 99년 4월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고 K보험사는 장해등급 4급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송씨는 그러나 자신의 장해등급이 3급이라고 주장, 2000년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금감원은 제3의 의료기관을 선정, 재검을 받아볼 것을 조정안으로 권고했고 K보험사는 2001년 11월 모 대학병원에 신체감정을 의뢰했다. K보험사는 그러나 이 병원에서 송씨 주장대로 장해등급이 3급으로 나왔는 데도 '보험계약이 해지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2001년 12월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송씨가 이에 대해 맞소송을 제기하자 K보험사는 이번엔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배짱을 부렸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문에서 "금감원의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인정되므로 2001년 11월 신체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멸시효가 중단됐고 원고는 2001년 12월 맞소송을 냈으므로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없다"며 "K보험사는 일시불로 4천6백여만원, 2018년까지 매년 1천만원씩 지급하라"고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