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이 관련자료를 은폐·조작해 회계사가 정확한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더라도 회계사는 부실 감사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법원이 회계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더욱 엄격히 따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8일 회계사 이모씨(54)가 "회사측의 서류조작과 방해로 발생한 감사업무상의 하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경고 등 조치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감사대상인 H종금이 교묘하게 허위작성한 서류를 근거로 감사를 실시할 경우 회계부정을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의문을 충분하고 합리적인 자료로 해소하지 않은채 확신 없이 적정의견을 낸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는 미심쩍은 거래에 대해 각종 서류를 요청.검토했고 문제가 생길 경우 H사의 대주주가 책임을 지라는 확인서를 받으려다 거절당하는 등 거래의 진실성에 대한 의심을 가졌으면서도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을 표명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며, 주석이나 특기사항에도 이같은 의문점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감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 증선위가 관련 규정에 의거해 내린 징계처분은 회계사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