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머리에 요란한 치장, 연예인이 되겠다는환상에 젖어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날라리'" '춤추는 10대'에 대한 이같은 통념은 사실과 다르며 실제 힙합춤을 추는 10대들은 오히려 성실한 '모범생'에 가깝다는 이색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성공회대 교육대학원 이진숙씨는 최근 제출한 석사학위논문 '힙합댄스를 하는청소년 문화연구'에서 "춤추는 청소년들은 힙합춤을 추는 '댄서'들과 가수들의 춤을따라하는 '나까'의 판이한 2개 집단으로 구분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씨가 참여관찰 및 면접 등을 통해 인천지역 5개 고교의 댄스팀 등을 연구한결과 힙합춤을 추는 집단과 기존 가요에 맞춰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는 집단이 뚜렷이 나눠지는데, 전자는 '댄서', 후자는 '나까(일본어로 '중간'의 뜻으로 최고가 아니라 중간 정도라는 경멸적 호칭)라고 불린다는 것. 이중 '나까'는 춤 자체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인기를 얻고 연예인 백댄서 등으로성공하려고 춤을 추는 10대를 말하며 추구하는 춤이 없이 가수들을 따라하는데 급급하고, 염색머리, '날라리, 양아치' 풍의 정장 등 외적 치장에 신경쓰는 것이 특징. 반면 춤 자체를 즐기는 댄서들은 연예인으로의 성공이나 돈,인기에 신경쓰지 않고 대신 춤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려는 꿈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만의 춤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남의 춤을 따라 하는 것을 '카피'로 경멸한다. 이들은 나까를 춤추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며, 나까와 혼동되는 것을꺼려 외모도 일부러 머리염색이나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고 춤추기 좋은 운동복 등평범하고 단정한 용모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도 나까들이 외모상의 특성 등으로 인해 학교와 마찰이 잦은 반면댄서들은 비교적 학교의 인정을 받고 있으며, 춤 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용과 등으로 진학하려고 노력하는 등 학교생활에 대체로 충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춤추는 10대를 싸잡아 비행청소년이나 날라리, 양아치로 보는 시각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선입견일 뿐 진짜 댄서 지망생들은 오히려 일반 학생보다 진지한 의식을 갖고 건전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결론이다. 이씨는 13일 "댄서들의 세계는 기성세대가 우려하는 '일탈문화'가 아니라 그들이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갖고 주체적으로 선택한 '또 하나의 문화'일 뿐"이라며"청소년 문화에 대한 고정된 편견 대신 유연하고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