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국민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형식적인 사과라며 반발이 여전하고 여중생 범대위는 그동안 요구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질 때까지 항의 시위의 수위를 높이기로 하는 등 오히려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중생 범대위는 27일 오후 용산 미군기지 앞 시위도중 부시 대통령 사과 사실을 전해 들은 뒤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대위는 이날 오후 6시께 종로 일대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했던 시위대도 용산으로 재집결,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오히려 시위 수위를 높였다. 용산 미군기지 앞에는 사과 소식 이후 시위 인원이 점차 늘고 있다. 범대위 채희범 사무국장은 "국민적 규탄의 목소리와 거세게 일고 있는 반미 감정을 형식적인 유감 표명으로 막아보려는 얄팍한 방법"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방한,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한국민과 유가족에게 진정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인 미군에 무죄 선고하고 허겁지겁 출국시키는 것을 보면서 분노를 삭일 수 없다"며 "그동안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 들여야 한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그동안 ▲부시 대통령 공개 사과 ▲미 군사법정 재판 무효, 한국 법정재판 회부 ▲불평등한 SOFA 전면 개개정 ▲사고 부대와 훈련장 폐쇄 ▲살인 훈련 중단 등 5개 항을 요구해 왔다. 주한미군범죄 근절운동본부 김소희 사무국장은 "부시 대통령의 사과는 내용과 상식적인 측면에서 한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내용적 측면에서 무죄 평결 무효와 한국 법정 재판이 전제되지 않는한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구두로 간접 전달한 점도 상식적으로 형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족들도 "불평등한 SOFA 개정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평가절하했다. 한편 범대위는 매일 용산 미군기지와 종로에서 항의 시위를 계속하고 30일 용산미군기지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10만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동시다발 항의시위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또 홍근수 목사와 한상열 목사를 대표로 하는 해외 항의 대표단 10명도 예정대로 다음달 2일부터 8일간 백악관과 미 의회, UN 등을 방문, 항의서한 전달, 노상시위를 벌이고 로스앤젤레스 등지를 돌며 재미동포 단체들과 공동 항의 집회도 갖는다. (의정부=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