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 개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민주노총이 이끄는 강성 노동계가 연대파업이라는 강수를 둠에 따라 노.정이 또 한 차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특히 23일부터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소속 대형 의료기관이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노총 지도부와 달리 파업에 소극적인 단위 노조가 많아 실제 파업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업 돌입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어 노동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산하 관광노조와 금융노조가 파업 철회로 가닥을 잡아 파업 돌입 초기부터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 의료서비스 차질 불가피 =민주노총은 22일 오후 임단협을 타결짓지 못한 금속노조 산하 두산중공업 만도기계를 비롯해 민주화학연맹 산하 금호타이어 한국합섬 등 1백여개 사업장 3만여명이 각 지역별로 집회를 갖고 사업장별로 각각 2시간,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23,24일 이틀간 각 지회별로 2시간 부분 파업 또는 태업을 벌이고 25,26일 특근을 거부한 뒤 오는 29일 2차 전면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3일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연맹 산하 사회보험노조 3만여명, 24일에는 민주택시연맹 산하 1백여개 사업장 1만여명이 파업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의료기관들이 이처럼 일제히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이번 주말 고비로 한풀 꺾일 듯 =노동계의 긴박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노동계 파업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조선업종과 완성차 3사가 파업에 가세하지 않는데다 4시간 부분 파업에 나서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 만도 금호타이어 등 5백명 이상 대형 사업장도 대부분 부분 파업에 그침에 따라 이번 파업의 경제적 파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 각계 비난여론에 맞닥뜨린 민주노총도 월드컵 대회 개막 전에 가급적 임단협 교섭을 타결짓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오는 26일 종묘공원에서 열 예정인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고비로 파업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 한노총 지도부는 관망자세 견지 =민노총과는 달리 한노총 지도부는 애초부터 파업에 대한 태도를 유보해 온데다 개별적으로 동참 의지를 표명했던 한노총 산하 관광연맹과 금융노조마저 막판에 돌아서 버렸다. 이로인해 이번 '월드컵 투쟁'의 파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사용자측을 압박했던 관광노조연맹은 21일 오후 전국 대표자회의를 열고 파업 돌입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권 노사도 이날 실무자 회의를 갖고 주5일 근무제를 사상 처음 도입키로 사실상 합의, 월드컵 연대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잠정 확정했다. 한편 노동부가 22일 파업에 돌입한 사업장과 참가 인원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파업 참가 규모는 민주노총이 발표한 1백여개 사업장 3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86개 사업장 1만5천3백여명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 노동계 파업일정 ] 22일 = 두산중공업 만도기계 금호타이어 한국화섬 등 1백여개 사업장 4시간 파업 23일 = 금속노조 부분 파업 또는 태업, 한양대.경희대.고려대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74개 지부 파업, 사회보험노조 파업 24일 = 민주택시연맹 파업 25일 = 금속노조 특근 거부 26일 = 전교조 총력 투쟁 결의대회 29일 = 금속노조 2차 전면 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