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도 상품입니다.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팔리는 연구보고서'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정부가 국무조정실 경제사회연구회소속 1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1년도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국토연구원 이정식 원장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불과 3년전까지만해도 꼴찌를 맴돌던 국토연구원이 1등으로 올라선 데는 '직원들의 발상의 전환'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99년 12월 취임 당시 국토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첫 평가에서 14곳 중 12위를 해서인지 분위기가 침울했어요.사회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 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았고요.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이 원장이 내린 결정은 정공법. 외부에서 호평받는 연구보고서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자는 구상이었다. 이 원장은 먼저 직원들이 쓸데없는 일에 시달리지 않도록 단순한 외부용역(수탁과제)을 대폭 줄였다. 대신 정책에 많이 반영되는 기본·정책과제를 맡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연구보고서의 질을 높이도록 독려했다. 연구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연구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게 대표적 사례. 1백77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한 지난해에는 예년의 2배 이상인 1천2백86명의 심의위원이 참여했을 정도다. 외부전문가도 대폭 보강했다. "2000년부터 외부 교수 50여명을 연구심의회 위원으로 위촉해 과제별 평가작업에 참여시켰습니다.심의·평가의 객관성을 확립하자는 취지에서였죠.직원들이 바짝 긴장한 것은 물론 일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들이 엿보였습니다." 이 원장은 각종 세미나 및 연구협의회 횟수도 대폭 늘렸다. 주고객인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중심의 연구를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전년의 2배 규모인 2백25회에 걸쳐 3천6백56명의 의견을 모았다. 또 정부에서 5억4천만원의 예산을 처음으로 배정받아 관련단체들과 함께 5개 연구과제에 대한 합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정부는 물론 민간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어요.지난해 대통령표창 1명을 비롯 10명이 정부부처로부터 공로표창을 받았습니다.지난해말에는 학술진흥재단이 국토연구원의 '국토연구(1년에 두번 발간)'를 전문학술지로 공식 인정했습니다.첫 발행을 시작한 82년 이후 20여년만의 경사죠." 이번 평가 때 연구결과의 정부정책 기여도 부문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게 가장 기쁘다는 이 원장은 앞으로도 현장중심의 연구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