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Entertainment)가 사업(business)에서 산업(industry)으로 성장하면서 연예 전문 변호사의 주가도 높아지고 있다. 최정환(40),홍승기(42),전원책(48) 변호사. 과거만 해도 천대받았던 연예계에서 10여년전부터 꾸준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온 "선구자 3인방"이다. 이들은 변변한 계약서조차 없을 정도로 법률의 사각지대였던 연예업계에서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영화.예술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을 발판으로 관련 산업에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연예분야 '1세대 변호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정환(법무법인 두우)변호사=지난 1989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지식재산권을 맡으면서 연예분야에 입문했다. 지난해엔 미국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사로부터 강우석 감독이 만든 시네마서비스에 2백만달러를 유치,국내 사상 처음으로 외국 창투사 자금이 국내 영화사에 투자되는데 산파 역할을 해냈다. 또 MBC를 대리해 미국 메이저 리그 박찬호 야구경기 독점중계방송 계약을 도와주기도 했다. 현재는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 한국공연 계약 업무를 진행중이다. 최 변호사는 "미국의 유명 로펌중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연예분야에서도 이제는 소송보다는 계약자문과 같은 선진화된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기(법무법인 하나)변호사='연예인 변호사'로 유명하다.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유일한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되기 훨씬 전에 아역 연기자로 연극을 해온 이력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기도 한 홍 변호사는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관련법을 연구했다. 연예분야의 저작권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특히 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축제'에는 자신이 실제로 출연하면서 관련된 저작권 사건도 담당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외국의 음악이나 영화 연극을 국내 작품에 사용하는 데 있어 원작자의 허가를 얻는 것은 저작권의 'ABC'에 해당한다"며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문화계 인사들과 가까운 인연 때문에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의 분쟁이나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송을 수임해왔다. 지난해엔 배두나씨와 이미숙씨등의 사건을 처리했고 현재는 하지원씨의 전 매니저인 장용대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1977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인으로 등단한뒤 90년 다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도 뽑힌 전 변호사는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들기로 했다. 6년여에 걸친 검토 끝에 '선(禪)'에 관한 영화를 이르면 내년께 선보일 계획이다. 전 변호사는 "화려해 보이는 연예산업 뒤편에는 아직도 원시적인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작은 계약이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문제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