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서 전체 사망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9명이 가로등 누전으로 인한 감전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누전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안정기와 분전함이 지상에서 50㎝안팎에서 설치된데다 가로등의 20% 정도에만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침수로 인한 안전사고에 취약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감전사고 사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감전사고는 지난 99년에 881건이발생, 이중 125명이 사망했으나 대부분 전기공사나 전기설비 보수작업, 어린이들의 호기심 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때 발생한 감전사고는 1년에 5건 이내로 추산돼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 때 무려 15명이 가로등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전류에 의해 감전사한 것으로 추정돼 도로변 전기시설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고 대부분은 도로가 갑작스런 폭우로 잠기자 가로등 안정기나 분전함에서 누전이 발생, 침수지역을 걸어가던 행인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전차단기 설치실태= 전국 시.군에 설치된 가로등 가운데 7∼8년전에 설치된가로등은 대부분은 누전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전차단기가 물과 습기 등 누전요인이 발생했을 때 1차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침수지역의 감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기안전공사가 현장조사한 결과 20% 이상의 가로등이 전기시설에 결함이 발견됐으며, 이 중 상당수는 누전차단장치 미비로 추정했다. 전기사업법의 전기기술기준에는 시.도지사가 특별히 지정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로등 누전차단장치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설치된 가로등 1만개, 보안등 1천300개 모두 누전차단기가 있고, 충남 천안시의 가로등 6천여개, 보안등 1만여개에도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반면 충북의 경우 가로등 2만8천28개와 보안등 4만1천178개 등 모두 6만9천206개가 있으나 대부분 누전차단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전차단기 작동하나= 최근 설치되는 가로등에는 보통 누전차단기(ELB)와 과부하차단기(NFB)가 있으며, 이 차단기들은 가로등 40개 단위로 관리돼 특정 가로등에 누전 또는 과전압이 발생할 경우 40개 가로등 모두 전원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안정기를 싸고 있는 재질이 스테인리스가 아닌 철제여서 쉽게 누전이 발생, 이를 관리하는 자치단체에서는 누전차단기를 내려놓거나 차단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전사고를 일으키는 안정기 위치도 지상에서 50㎝안팎에 위치, 침수될 경우 누전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10년이상된 노후 가로등이 대부분이어서 접지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는데다 땅속 90㎝정도를 지나는 케이블도 별도의 관로가 없어 각종 공사로 쉽게 손상되고 있다고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사고 보상= 지난 98년 9월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 2동 국민은행 죽도동 지점앞 인도상에서 배모(당시 18세)군이 가로등 감전 사고로 숨졌다. 이에따라 배군의 유족들은 한국전력공사와 포항시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 합의부는 지난해 2월 "배군의 죽음은 포항시에 책임이 있어 시가 2억2천여만원을 유족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번 감전사고 사망자 유족들의 자치단체 상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책= 이번 수해로 가로등 등 도로변 전기시설 관리에 허점이 노출됨에 따라 각 자치단체 도로관리부서가 맡고 있는 가로등 관리를 전문인력을 배치, 특별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전기시설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전력과도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이고 적절한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번 수해 때 감전사고가 한때 전신주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 한전측은 '전신주가 아니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했고, 가로등 관리를 맡고 있던 자치단체는 실태파악을 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중앙재해대책본부는 낮게 설치된 가로등 안정기를 지형에 따라 높은 위치로 옮겨달고, 노후 가로등의 접지선과 케이블을 교체하기로 했다. ◇감전사고 대피요령= 감전사고를 예방하려면 비가 오는 날 침수지역을 걷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침수된 도로에 고립됐을 때 신속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 감전쇼크로 호흡이 정지됐을 경우 약 1분이내에 산소결핍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빨리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실시하면 감전 사고자의 95%를 소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ktkim@yna.co.kr ywy@yna.co.kr (수원=연합뉴스) 김경태.윤우용.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