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상업은행의 80년이 넘는 밀월은 끝날 것인가.

자동차등록세 증발사건이 등록대행업체와 은행직원간의 공모의혹이 짙어
지면서 시금고인 상업은행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상업은행은 시의 금고.

그것도 지난 1915년부터 80년이 넘게 줄곧 시의 돈창고 역할을 해왔다.

지난 95년에도 3년기간으로 계약을 갱신해 98년까지는 시의 돈을 맡게
돼있다.

그러나 상업은행이 계속 시금고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번 세금증발사건과 관련된 탓에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상업은행측에서는 아직 은행직원이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는데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시금고로서의 역할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시 관계자도 "각종 세금출납은 어느 은행에서나 하는 것이며 시금고로서의
역할은 별개"라며 현재까지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도 시금고 선정방식을 지금처럼 지명이 아닌 공개
입찰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업은행의 확고부동한
위치가 흔들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금고로 선정되면 연간 1조5천억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을 관리할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엄청난 "돈 줄"로 통한다.

상업은행의 전신인 조선상업은행은 1924년 조선실업은행과 합병했으며
조선실업은행의 전신인 경성은행은 1915년 일본 경성부와 시금고 계약을
맺었다.

현재 시청후문옆 상업은행 태평로지점은 경성은행이 있던 자리다.

<조주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