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들로서 법정에 섬으로써 아버님과 여러분들께 누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5개월간의 수감생활은 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시련을 안겨
줬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저에게 있어 지난 10여년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들이었다.

이 시기에 저는 야당 지도자의 아들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
들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역사의식을 소중히 키워왔다.

문민정부 출범이후에 시행된 개혁정책들로 노심초사하는 아버님을 곁에서
뵈면서 자식된 도리로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아무런 공직에도 몸담고 있지 않은 자유인의 신분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중의 여론을 가급적 많이 듣고 가감없이 전달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능한 많은 분들을 만나뵙고 과학적인 여론조사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문선배와 지인들이 순수한 입장에서 후원을 해줬으며 지금도
이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기가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대통령의 아들로서 활동비를 받아
사용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자책하고 있으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매일매일을 거듭난다는 각오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동안 사심없이 저를
도와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