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거래세 인하, 6억원 초과 등록임대주택도 세제혜택" 주문
1주택자는 고가주택외 큰 영향 없어…강남은 증여, 강북은 임대사업등록 늘 듯
전문가 "다주택자 보유세 급증… 집 팔 수 있게 퇴로 열어줘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6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권고안보다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오면서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인상한 것과 관련해 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단 고가주택 1주택 소유자보다는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에 주택 3채를 보유한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5%까지만 높여도 보유세 부담이 특위안에 비해서도 30∼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원종훈 세무사는 "1주택자는 큰 부담이 없지만 3주택 이상 보유한 사람의 경우 내년에 발표되는 공시가격이 상향 조정될 경우 세부담 상한인 최대 50%까지 보유세가 증가할 것"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인상폭이 최대 90%로 묶였지만 문제는 정부가 드러내지 않고 소리없이 올리고 있는 공시가격 인상"이라며 "공시가격 인상과 종부세율 인상까지 맞물려 다주택자들이 느끼는 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격이 하락 중인 강남권 주택 매매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가 과세표준 6억원 초과에 대한 세율을 높임에 따라 시가 23억∼26억원 안팎의 고가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강남·서초구 일대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도 시세가 25억∼27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세부담이 커져 주택 1채만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당장 매물을 내놓진 않겠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은 보유세 내기가 버거워서 점차 매도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의 종부세율을 올린 것과 관련해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주택시장이 초양극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저가 주택이 많은 지방 아파트를 많이 보유한 다주택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수도권 아파트를 3채 이상 보유한 경우는 종부세 부담이 종전보다 커진다"며 "다주택자들이 당장 매각에 나서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주택수를 줄이고 '똘똘한 한 채'로 압축하려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양도세 중과 등 제약이 없는 지방과 수도권 주택을 먼저 팔고, 세부담이 큰 서울에 있는 주택은 보유하려는 심리가 더 커질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사업 등록과 증여 등의 절세방법을 찾는 사람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된 이후 증여와 임대사업등록 문의가 급중하고 있다"며 "현재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 배제 등 세제혜택이 없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강남쪽은 증여를, 비강남권의 주택은 임대사업 등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은 "종부세는 인별 과세인 만큼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부나 가족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주택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 등 청약조정지역은 2주택만 보유해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됨에 따라 보유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처분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 집을 팔고 정리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보유세 부담이 커서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주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등록의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임대사업 등록에 따른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주어지는데 공시가격 인상으로 6억원 초과 주택이 늘어난 때문이다.

원종훈 세무사는 "세금 정책상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맞다"며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등록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수도권 기준 6억원으로 막아놓은 세제 혜택을 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