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3일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는 거의 끊겼다. 한산한 서울 잠실 일대 중개업소.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다음달 3일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는 거의 끊겼다. 한산한 서울 잠실 일대 중개업소.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다음달 3일 주택시장 과열지역에 대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주요 지역 주택 거래가 ‘올스톱’됐다. 강남구 개포동과 송파구 잠실동, 강동구 고덕동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실종 상태다. 마포·성동구 등 강북권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매수자 끊긴 강남 재건축

콧대 높던 강남 재건축 호가 수천만원 떨어져
개포동에서는 2주 전부터 정부의 부동산 규제 검토 소식과 함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뚝 끊겼다.

윤한석 개포공인 대표는 “몇주 전만 해도 하루에 서너 명씩 재건축단지 문의를 위해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했는데 최근엔 이틀에 한 명꼴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 집주인이 주공1단지 전용 59㎡를 14억7000만원에 팔아달라고 찾아왔는데 요즘 같은 때는 최저가로 내려서라도 빨리 파는 게 낫기 때문에 14억4000만원으로 호가를 낮출 것을 권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매도인이 이미 시장 분위기를 알고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이 집단 야유회를 갈 정도로 ‘거래 절벽’ 상태였던 잠실동은 주공5단지에 이어 미성, 진주, 장미아파트 등도 시세가 떨어졌다. 미성, 진주아파트 전용 59㎡ 등 소형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물이 없어 품귀현상을 빚었지만 최근 들어 1000만원 이상 빠진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효이 아세아공인 대표는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라도 지정해서 행여 재건축조합 설립 이후에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입주 때까지 집을 못 팔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며 “얼마 전만 해도 집을 팔려다가 보류하고 거둬들였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1000만~2000만원 낮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고덕 그라시움’ 2010가구 일반분양에 3만6000여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분양 열기를 보여준 고덕동 아파트 시세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500만~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주공2단지 전용 54㎡ 조합원 물량은 2주 전 7억1000만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6억8000만~6억9000만원대로 내려갔다. 3단지 같은 주택형도 1000만~1500만원 내린 물건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병국 부자부동산 대표는 “대책이 어떻게 나올진 몰라도 규제가 발표돼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매수 문의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4구 집값 상승률 ‘뚝’

이 같은 분위기는 집값 상승률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27일 발표한 서울의 이번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0.17%, 지난 24일 기준)은 1주일 전보다 0.05%포인트 낮아졌다.

강남권의 상승세 둔화는 더 뚜렷하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0.18% 올라 상승률이 지난주(0.39%)의 절반에 그쳤다. 서초구도 0.25%의 상승률을 보여 1주일 전보다 상승폭이 0.15%포인트 빠졌다. 송파구도 상승률이 0.08%에 그쳐 한 주 사이 상승폭이 0.12%포인트 축소됐다. 마포·성동구 등 서울 강북권 14개 구의 평균 상승률도 0.16%를 기록하며 지난주(0.17%)보다 상승폭이 0.01%포인트 줄어들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강남4구에선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설지연/홍선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