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반포·개포·잠원…리모델링 확산
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이후 10~15층 안팎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앞다퉈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여의도 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건축 연한(40년), 과도한 기부채납(공공기여) 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한 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고 있다.

○서울 중층 단지 속속 리모델링 전환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동 한양아파트는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했다. 여의도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5년 준공된 이 단지는 중대형(전용면적 105~193㎡) 588가구로 이뤄져 있다. 추진위는 기존 아파트가 이미 빽빽하게(용적률 230%) 지어진 탓에 재건축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부지 15% 이상을 공공기여하고 임대주택도 지어야 하는 탓이다. 대신 수직증축을 할 경우 기존 12층 아파트는 2개층을 올려 14층(1층 필로티 설계 때 15층)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근용 한양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여의도의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 등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며 “여건이 비슷한 다른 단지들도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1260가구로 구성된 반포동 미도아파트도 이달 중 주민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조합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이곳은 고도제한 때문에 재건축을 하면 오히려 가구 수가 줄어든다. 2007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규제 강화로 시공사 선정이 무효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잠원동 잠원한신·한신로얄 아파트 등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해 현재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잠원한신의 경우 오는 6~7월께 조합설립 후 총회를 거친 뒤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설계업체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금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지난달 총회에서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대략적인 주민 동의를 얻었다. 한종남 아남아파트 조합장은 “올해 안에 건축심의를 끝내는 등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반포·개포·잠원…리모델링 확산
○신속한 주민 의견도출이 관건

원활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해선 주민들의 신속한 사업 동의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주민들 간 다툼이 일어날 경우 각종 분쟁에 휩싸이며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여의도 지역 아파트 주민 중 일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민의 의견을 어떻게 취합하느냐에 리모델링 성패가 달렸다는 설명이다.

사업성만 따지는 것보다 생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까지는 20년 가까이 남았지만 주차난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한 단지가 많다”며 “불편함을 해결하는 쪽이 가치 상승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서 조합원 분담금도 줄이고 주거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김동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