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2계.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148㎡형(12층)이 경매됐다. 집행관이 최고가를 써낸 사람을 통보하기 위해 응찰자들을 모두 불러내자 무려 44명이 우르르 나갔다. 낙찰가는 13억2000만원.부동산 시장에서 같은 아파트의 호가가 14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지난 22일 서초구 반포미도 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이 감정가(7억3000만원)보다 더 높은 7억3889만원에 팔렸다. 응찰자는 35명이나 됐다. 이날 서부지방법원에서는 서대문구 천연동 다가구주택이 감정가보다 140만원 비싼 4억7789만원에 낙찰됐다. 스피커를 통해 낙찰가가 공개되자 경매법정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생각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김모씨(48)는 "경매의 매력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높은 가격에 팔리면 시간만 낭비한 꼴이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

◆경매연습생 사라지고 실전투자자 북적

경매시장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입찰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10시쯤부터 경매법정 복도는 경매정보지를 파는 사람과 주택담보대출을 권유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경매가 시작되자 법정 안은 집행관 앞쪽 맨바닥에 30여명이 주저 앉을 정도로 꽉 찼다.

현장에 동행했던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지난 2월 경매열풍이 몰아쳤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초 경매열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경매전문학원 수강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작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50명씩 그룹으로 다니며 경매시장 분위기를 알아보고 최저 입찰가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감을 익히려는 사람이 많았었다.

지난해 말부터 경매를 배웠다는 박영수씨는 "올 봄에 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전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막상 사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몰렸는지 장마철도 없고 휴가철도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15%P 상승

경매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지난 1월 71.6%에서 꾸준히 올라 이달(23일 기준)에는 85.9%로 집계됐다. 지난달(86.4%)과 비슷하지만 여름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다세대주택은 올 들어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7월23일 현재 낙찰가율은 93.6%로 지난달(89.6%)보다 더 뛰었다. 연초에는 74.4%를 기록했었다.

지난주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형의 경매가 취하됐다. 이 아파트는 채권액이 21억3000만원으로 감정가(22억원)와 맞먹는 금액인 데도 경매 목록에서 빠졌다. 강 실장은 "집주인이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빚을 갚아버렸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규제없고 금리 낮아 상가경매도 후끈

상가시장 경매열기도 뜨겁다. 또 다른 경매정보 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근린시설 낙찰가율은 59.8%로 지난달보다 6.8%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9월(6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1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는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오피스텔상가 전용면적 62㎡가 한 번 유찰된 뒤 두 번째 입찰에서 감정가(2억6000만원)의 86.9%인 2억2610만원에 낙찰됐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상가시장이 바닥권으로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