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법인 초대 사장에 공직자 출신을 배제하고 민간 부문의 인재를 등용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합법인 사장 면접 심사를 통과한 총 5명의 인사 가운데 이지송 경복대 총장(전 현대건설 사장)과 김상경 명승건축 대표가 치열한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17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토지주택공사 사장 공모에 참여한 21명의 응모자 가운데 총 6명이 이날 오전 통합법인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을 봤으며 이지송 총장 등 5명으로 후보자군이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과 김 대표 외에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전 건교부 차관),노태욱 LIG건설 부회장,박종남 서울문산고속도로㈜ 사장 등도 5명의 후보자군에 포함됐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이종상 한국토지공사 사장과 김병기 서울대 객원 교수는 인터뷰 대상자 9명에는 선정됐으나 면접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복현 언스트앤영한영회계법인 부회장도 면접을 치르지 않았다. 이종상 사장과 김병기 교수의 경우엔 통합법인 초대 사장에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며 김 교수도 옛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최 사장은 5명 후보군엔 들어갔지만 오는 22일 통합법인 설립준비위가 3명으로 후보자군을 압축할 때는 경합에서 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합법인 사장 자리에 민간 경영자를 기용하려는 것은 통합공사를 민간 조직처럼 효율화하고 공기업 선진화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공기업 사장 자리에 민간 출신을 우대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공기업 인사 트렌드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중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모 때 건교부 차관 출신 2명이 응모했지만 고배를 마시고 GE코리아 회장을 거친 이채욱씨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지난해 LG전자 부회장 출신의 김쌍수씨가 한국전력공사 사장에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초 계획에 따르면 설립준비위는 22일 3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보고한 뒤 3주간의 검증 절차를 거쳐 8월 중순에는 사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총장과 김 대표가 통합법인을 이끌 적임자이냐는 최종 판단 과정에서 '아니다'란 결정이 내려질 경우 통합법인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통합법인 사장 선임은 9월 이후로 미뤄지고 오는 10월1일 통합법인 출범도 연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