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국세청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있다. 불필요하게 보유한 사람들은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파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0ㆍ29 종합부동산대책'을 통해 고가ㆍ과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대폭 끌어올리기로 한데 이어 세정 최고책임자가 다주택 보유자들을 직접 겨냥, "집을 팔라"고까지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10ㆍ29'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 등의 집값 하락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기준시가를 이달 중 실거래가격의 최고 90% 수준으로 인상하고, 투기혐의자와 부동산중개업소 학원 등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이같은 '의지'를 재확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늦기 전에 집 팔아라' 이 청장은 향후 아파트 가격에 대해 "앞으로 시행될 투기 관련 대책을 보면 아파트값은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아파트 보유자들은 강화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정부는 흔들림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청장이 '노 대통령의 의지'까지 거론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두 축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부동산 투기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들어 논란을 빚어온 노조의 과다한 임금인상 요구 등 사회문제들이 집값 폭등과 연관돼 있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 정권의 사활을 걸고 '부동산 뇌관'을 해체, 이를 통해 경제ㆍ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얽힌 실타래를 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 대책은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국세청은 이를 위해 우선 이달 하순중에 투기지역의 주택 기준시가를 대폭 상향조정, 각종 세금 중과의 근거를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현재 기준시가는 전용면적과 투기지역 비투기지역에 따라 70∼90% 선으로 고시돼 있다. 어느 정도 올릴지에 대해 이 청장은 "11월 하순까지 아파트 가격의 추이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지만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투기지역에서 기준시가는 신고가액의 타당성 검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가액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은 실거래가에 가장 근접한 선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거래가의 90∼95%선에서 기준시가가 결정되는 아파트도 다수 나올 것으로 국세청 실무자들은 보고 있다. 이번에 기준시가가 인상되는 아파트는 직전 고시일인 4월30일 이후 값이 10% 이상 오른 아파트중 상승폭이 5천만원을 넘는 아파트 73만 가구(1천1백60개 단지)와 5천만원 미만 올랐지만 상승률이 20%를 넘는 아파트 20만 가구(3백80개 단지) 등 모두 93만 가구다. ◆ 세무조사 대상 전방위로 확대 국세청은 이와 함께 부동산중개업소 2백31곳을 선정해 이달 중 통합 세무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2000년 이후 양도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등 음성 탈루소득을 찾아내겠다는게 주 목적이지만 이들이 탈세를 부추긴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강남지역 아파트 수요를 부추기는데 일조한 집단으로 학원가를 지목,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입시학원과 어학원 50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편 국세청은 담보인정비율 규정을 위반해 과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백7명의 명단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